삼성물산·LF 등은 일부 브랜드 철수해 재정비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실적악화 위기에 빠진 패션업계가 브랜드와 인력 재편 등을 통해 새 판 짜기에 나섰다.
특히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들의 지각변동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국내 패션업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가운데 LF,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등이 연매출 1조원을 넘기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2년 한섬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타사 브랜드 인수를 추진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기로 하고 인수 형태와 방식에 대한 의견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는 타미힐피거·클럽모나코·DKNY·아메리칸이글 등 6개 해외 브랜드와 오브제·오즈세컨·세컨플로어 등 6개 국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말 매각 마무리설이 돌았지만 협상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업계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사실상 브랜드를 재정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될 수 있는 브랜드만 키운다'라는 목표아래 시장에서 일부 브랜드 철수를 공식화 하고 있는 업체들도 눈에 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남성복 엠비오와 잡화 라베노바 사업을 정리했다. 실적이 부진한 엠비오, 라베노바는 2017년 2월까지만 영업을 한 뒤 사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또 브랜드 효율을 제고하고 내실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로가디스컬렉션'과 '그린'을 프리미엄군 '갤럭시'와 중저가군 '로가디스'로 재편하고, '빈폴 키즈'는 '빈폴맨'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브랜드 재편과 더불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SPA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샵 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LF 역시 질바이질스튜어트와 일꼬르소의 백화점 매장을 철수하는 등 브랜드 구조조정에 나섰다. LF는 백화점 매장보다 온라인 채널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S네트웍스는 프로스펙스만 남긴 뒤 나머지 브랜드에 대한 정리 수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독일 브랜드 잭울프스킨과 스위스 피크퍼포먼스 등의 사업도 접었고, 스케쳐스의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대기업 패션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업계의 구도가 최근 수년간 많이 바뀌었다"며 "의류시장 침체로 현대·신세계 등 백화점을 끼고 있는 패션업체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패션업계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기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 업계의 새판짜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같은 구조조정 열기는 중소·중견 패션업계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