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들의 수난시대가 돌아왔다. 길고 긴 겨울방학이 시작된 것이다.
아침 출근길부터 애들을 학교로, 유치원으로, 어린이집으로 배달(?)시키고 출근하는 날들도 너무 벅차지만 맡길 곳도 없어진 겨울방학이 온 것이다.
지난 월요일 서울 화곡동에 사는 친구가 겪은 일이다.
겨울방학 첫날이지만 맞벌이 친구부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통합보육이었다.
방학이지만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모아두고 당직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시스템으로 친구는 미리 신청을 해뒀다.
회사가 강남인 친구는 매일 아침 7시40분 경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두고 8시30분까지 회사에 가야 한다.
그날도 미리 신청해둔 통합보육을 믿고 어린이집에 갔는데 굳게 닫힌 출입문이 친구를 맞이했다.
발만 동동 구르던 차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반 아이와 엄마와 왔고 그 넷은 추위에 덜덜 떨며 하염없이 교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8시쯤이 되자 당직교사가 저 멀리 걸어오더란다. 추운 날씨에 애를 떨게 한 것도 속상했지만 월요일 아침부터 지각이라니, 담당 부장에게 들을 잔소리 또한 친구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런데 당직교사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방학기간에는 8시에 출근해도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줄 교사에게 말해봤자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돌아올 것이 염려돼 말을 멈추고 출근길에 올라서는 나에게 하소연의 전화를 걸어왔다.
기가 찼지만 일단은 원장과 통화하고 똑같은 대답을 한다면 구청에 질의하라고 조언했다.
친구의 전화를 받은 원장은 죄송하지만 당직교사들도 힘들어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이의 담임도 아닌 그 교사와 친구 간에 무슨 앙심이 있겠는가. 단지 그날 그 상황이 어이없을 뿐 인건데 원장도 조율 할 기미가 안보이니 친구는 답답해졌다.
전화를 끊고 구청에 문의했더니 불법이지만 제재 조치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단다.
방학 때마다 비슷한 고민에 빠지는 워킹맘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일부 어린이집은 며칠간 아예 문을 닫는다는 통보가 담긴 안내문을 발송하기도 한다.
또 일부에서는 오전에만 보육이 가능하니 1시 이후에는 데려가라는 통보를 하는 곳도 있다.
저출산이 심각하다는 기사가 하루걸러 쏟아지고 있다. 저출산대책 역시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그 수많은 대책 앞에서 코웃음이 나오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이미 낳아둔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더 낳던지, 낳으라고 추천을 하던지 할텐데 지금은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을 뿐이다.
기자 역시 이번 주 어린이집 방학으로 인해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다.
도와줄 수 있는 부모가 있어도 이렇게나 힘든데 오롯이 부모 둘이서만 키워야 하는 경우라면 더 힘들고 더 지칠 것이다.
몇 해 전까지는 남자 수장들의 진두지휘로 다소 공감대가 떨어지는 정책만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더라. 높은 분들이 만들어주는 정책 중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나 소기업에서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나보다.
부디 다음 정부에서는 워킹맘들이 체감하고 공감하는 ‘진짜정책’을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고아라 편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