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초반 IMF 발언… 후유증 문제의식 내보인 듯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새해 예산안 통과를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과 '경제'를 가장 많이 언급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의 초점이 국민의 민생에 맞춰져 있다는 메시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본예산 통과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시정연설을 하면서 '국민'을 70차례, '경제'를 39차례, '예산'을 27차례, '국가'와 '나라'도 각각 25차례, 14차례 언급했다.
전반적으로 이날 연설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 또 경제성장을 강조한 셈이다.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3%대로 전망되자 보다 강하게 경제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우리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고,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됐으며, 작은 정부가 선(善)이라는 고정관념이 정착되며 국민들이 무한경쟁으로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모순의 상당 부분이 IMF 외환위기의 후유증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을 내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지난 정권 국정운영 실패를 교훈 삼아 국민이 고통받지 않은 경제 기반을 구축하고, 국민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부여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평소 철학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국민 모두에게 아픈 기억인 IMF를 언급함으로써 몰입력을 높이고 예산안 통과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은 문재인정부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공식화한 '사람중심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IMF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이는 재벌과 대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에서 벗어나 성장의 과실을 각 경제주체에게 골고루 분배해 저성장과 양극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사람중심 경제를 떠받치는 '네 바퀴'로 △일자리 성장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 5월10일 취임식 때 입은 감색 양복을 입고 국회를 찾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취임 초기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을 대하는 여야의 태도는 극명하게 갈렸다.
문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만 22번의 박수를 쳤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검은 정장과 넥타이 차림을 하고 왼쪽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다는 상복 복장으로 좌석 모니터 앞에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 피켓을 붙이고 장내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은 의원들은 연설 시작과 끝에 손뼉을 치기도 했으나 도중에는 대부분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