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개성 없는 '무난한 맛'
국내 봉지라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삼양라면.
삼양식품에서 1963년 9월 첫 출시된 삼양라면은 현재까지 110억개 이상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묘조(明星)식품의 무상 기술원조를 받아 처음으로 개발됐다고 한다.
출시 당시 제품 가격은 단돈 10원이었다. 시내버스 요금이 10원, 허기진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던 '꿀꿀이죽'이 한 그릇에 5원이던 시절 삼양라면 역시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출시돼 인기를 모았다.
그렇다면 삼양라면의 남다른 비결은 무엇일까. '무난한 맛'이 인기비결로 꼽힌다. 다른 실험적인 라면 제품들 보다 뚜렷한 특장점이 없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특히 삼양라면은 농심 신라면·안성탕면 등과 더불어 라면계의 '베이직(Basic)'으로 꼽기도 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난한 맛 탓에 햄과 만두 등을 넣는 등 재료를 첨가해서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의미에서 '추가 재료발'을 잘 받는단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긴 시간을 국내 식품사와 함께한 만큼 삼양라면에겐 아픈 역사가 있다. 1989년 공업용 쇠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우지파동' 누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초중반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던 삼양라면은 농심에 2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1994년 누명을 벗은 후 제품을 재생산할 땐 쇠고기맛 베이스가 아닌 햄 맛 베이스로 만들고 있다.
이 후에도 삼양식품은 면발을 사각에서 원형을 바꾸고 햄 후레이크를 첨가하는 등 소비자 미각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나저러나 한국 국물라면의 시초인 사실은 변함없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건강하고 맛있는 식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