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액 2000년 30억달러서 2017년 91억달러로 ‘3배 증가’
김치·인삼 중심서 라면·딸기·청포도·김 등 수출상품 ‘다변화’
해외에 여행이나 출장을 갔을 때 외국인이 내게 어느 국적의 사람인지 질문하면 “두 유 노우 김치(Do You Know Kimchi?)”라며 역으로 물어본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적어도 김치는 해외 웬만한 어느 나라에서도 알만한 세계적인 발효식품이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음식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케이팝(K-Pop)·드라마 등 한류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한국식품이 해외에 알려지며 ‘K-푸드(K-Food)’ 또는 ‘식품한류’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 2000년대 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꼽을만한 한국 식품은 김치나 인삼 정도에 불과했다.
2000년대 후반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과 미국,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에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한국식품의 위상이 점차 높아졌다. 식품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을 타고 해외시장을 무대로 수출 비즈니스에 적극 나섰고, 정부와 수출 관계기관도 다양한 수출지원사업을 통해 힘을 보탰다. 이른바 식품기업과 정부의 ‘K-푸드 세일즈’가 해외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한류에 관심 많은 외국인들이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한국식품을 ‘입소문’내면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
그간의 수출액만 살펴봐도 이 같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2000년 30억달러(한화 약 3조3900억원)에 그쳤던 한국식품 수출액은 한류 바람이 본격으로 불기 시작했던 2010년 59억달러(6조6600억원)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불과 2년 만인 2012년에는 80억달러(9조원)로 치솟았다. 그리고 지난해 91억5340만달러(10조3333억원) 규모의 우리 농식품이 해외에 수출돼 1971년 농식품 수출 공식집계 이후 사상 최초로 90억달러를 돌파했다. 머지않아 ‘한국식품 수출 100억달러’도 충분히 가능한 긍정의 청신호인 셈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 식품도 더 이상 김치와 인삼뿐만이 아니다. 유튜브(Youtube) 등 SNS에서 외국인이 한국의 매운 라면에 도전하는 ‘먹방’ 장면이 담긴 채널만 해도 수백 개다. 이 중에는 조회 수 1000만을 넘어선 채널도 꽤 있을 만큼 한국산 라면은 ‘대세’가 됐다.
현재 수확이 한창인 새콤달콤한 딸기는 높은 당도를 앞세워 홍콩과 싱가포르 딸기시장에서 미국산·호주산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한지 오래다. 망고만큼이나 당도가 높고 향이 달콤해 ‘망고포도’로 유명세를 얻은 청포도 ‘샤인머스캣’은 중국시장에 진출해 한 송이에 5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과거 ‘맛없는 블랙 페이퍼’라며 외국인이 먹기를 꺼려했던 한국산 김은 건강함을 쫓는 웰빙(Wellbeing) 트렌드에 부합한 건강간식으로 재조명 받아 이제는 미국과 유럽, 동남아에서 ‘웰빙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신현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수출이사는 "지난해 농식품 수출은 전년보다 6.5% 증가한 91억5000만달러로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사드(THAAD) 여파 등 어려운 여건에도 사상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다"며 "올 10월까지 수출도 과실과 채소류, 인삼을 비롯한 신선농산물 수출이 20%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