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중심 지배력 강화…발 빠른 시장대응으로 사업 확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또 한 번 도약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각 기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본지는 국내 50대기업의 근황을 차례로 살펴보고 각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짚어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 7조6470억원인 재계 50위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울 본사를 중심으로 세계시장에서 주요 거점을 확장하고, 시장별 공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룹은 이를 위해 ‘원대한 기업(Great Brand Company)’을 모토로 ‘아시아 아름다움(美)의 정수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글로벌 뷰티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려 왔다.
아시아 시장의 경우, 그룹은 ‘아시안 뷰티 크리에이터(Asian-Beauty-Creator)의 실현’을 위해 시장 소통에 중점을 뒀다.
◇세 번째 용산시대 개막…새로운 도약 위한 발걸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서성환 선대회장이 1945년 개성에서 창업했으며, 1956년 현재의 본사 부지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터를 잡고 사업의 기틀을 세웠다.
그룹은 용산시대 개막 20년 만인 1976년 사업 확장에 맞춰 10층 규모의 신관을 준공,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거듭났다.
특히, 그룹은 1964년 국내산 화장품으론 처음(브랜드명 ‘오스카’)으로 해외 수출을 달성하며 세계 뷰티 소비자와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룹은 우선 1990년대 초부터 글로벌 브랜드 전략을 추구하며 중국과 프랑스에 공장을 설립하는 등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2000년대부턴 글로벌 시장 확장·성장을 본격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룹은 지난 2018년 ‘창의’와 ‘소통’을 추구하는 본사를 새롭게 준공하며 세 번째 용산시대를 알렸다. 현재는 새로운 본사를 거점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우리만이 창조할 수 있는 아름다움은 ‘아시안 뷰티’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창출하고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나아가 이를 전 세계 고객에게 알리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경배 회장 중심 지배력 확고…3세 경영 시동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퍼시픽G)을 중심으로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모스프로페셔널 △에스쁘아 등 12개의 자회사(손자회사 포함)로 이뤄져 있다.
아모레퍼시픽G는 손자회사인 위드림과 그린파트너즈를 제외한 10개의 자회사 지분을 최저 32.2%에서 최고 100.0%를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9년 3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아모레퍼시픽 35.4% △이니스프리 81.8% △에뛰드 80.5% △아모스프로페셔널 100.0% △에스쁘아 80.5% △오설록 100.0% △에스트라 100.0% △퍼시픽글라스 100.0% △퍼시픽패키지 100.0% △농업회사법인 오설록농장 98.4% △코스비전 100.0% 등이다.
위드림과 그린파트너즈의 지분은 모두 아모레퍼시픽이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G의 최대주주는 총수(오너2세)인 서경배 회장으로,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G의 지분은 53.9%(보통주)에 달한다. 서 회장은 또 아모레퍼시픽의 지분 10.7%도 확보하고 있다.
서 회장의 장녀이자 오너3세인 서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G 2.9%, 이니스프리 18.2%, 에뛰드 19.5%, 에스쁘아 19.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서민정씨는 특히 지난 2017년 1월부터 6개월간 오산공장 SCM SC제조기술팀에서 일한 지 약 2년 만인 올해 10월1일, 뷰티영업전략팀 프로페셔널(과장급)로 회사에 복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민정씨의 복귀로 아모레퍼시픽G가 오너3세 체제를 준비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영수업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정씨가 중국 리카싱 재단이 설립하고 알리바바 회장 등이 다니는 중국 장강상학원(CKGSB)에서 MBA 과정을 수료한 점에서, 아모레퍼시픽G가 향후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 넘어 세계로…글로벌 브랜드 구축, 시장 확대 집중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5대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또 △‘헤라’ △‘려’ △‘미쟝센’ △‘아모레퍼시픽’ 등 차세대 글로벌 브랜드의 사업기반을 조성, 글로벌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화권, 아세안, 북미 등 3대 시장을 글로벌 사업 확대의 축으로 육성하고 신(新)시장을 개척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꾸준히 넓히고 있다. 그룹은 2018년 한 해에만 호주, 필리핀, 중동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기도 했다.
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올해 중국에서 ‘설화수’를 선두로 럭셔리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중국 내 3~4선 도시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의 성장은 2000년 상하이 현지법인 설립, 2002년 상하이 공장 준공으로 탄력이 붙었다. 특히, 그룹은 2014년 상하이 뷰티사업장 신축으로 생산·연구·물류의 통합 허브를 완성시켰다.
아세안 시장은 ‘라네즈’가 2003년 싱가포르 중심 상권 고급 백화점 입점에 이어 ‘설화수’의 인도네시아·태국 등 진출, ‘헤라’의 싱가포르 단독 매장 오픈, 에뛰드하우스·이니스프리·마몽드의 매장 입점·오픈 등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룹은 “글로벌 소비자들의 피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해외 기관들과의 공동연구는 물론, 새로운 지역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지 고객의 피부 연구, 성향분석의 과정을 거쳐 현지 고객의 니즈(needs)에 가장 적합한 브랜드와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시장에선 ‘라네즈’, ‘이니스프리’, ‘마몽드’ 등 기존 진출 브랜드의 매장 확대를 추진하고 ‘프리메라’ 등 신규 브랜드 진출을 준비 중이다.
그룹은 앞서 2002년, 북미 시장의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 아모레퍼시픽의 66년 역사와 뷰티 철학의 정수를 담은 글로벌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을 론칭했다. 그룹은 ‘아모레퍼시픽’의 세계 최대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 입점에 힘입어 ‘설화수’, ‘라네즈’, ‘구딸 파리’, ‘이니스프리’, ‘마몽드’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룹은 또 ‘에뛰드’로 도전장을 낸 인도 시장을 비롯해 러시아 시장 신규 진출, 유럽·중동·호주 시장 확대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 전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룹은 올해 1월 세계적인 헬스&뷰티 리테일러인 A.S 왓슨(A.S Watson) 그룹과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를 넘어 신규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아시안 뷰티의 남다른 가치를 지닌 혁신적인 제품들을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보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복한 일터·공간 강조, 창의적 사고 지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름다움과 건강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구성원들의 건강과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일터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인재의 힘이 기업의 성장 동력’이라는 믿음, ‘인재를 존중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실제 서경배 회장은 지난 2018년 새로운 본사 오픈식에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미(美)의 전당이 될 아모레퍼시픽의 본사에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품고 새로운 아름다운 꿈을 창조하게 될 것”이라며 “그래서 그 꿈을 키우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건물, 공간 안에 머무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그런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룹은 그 일환으로 올해, 많은 임직원들이 더욱 쉽게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본사 21층에 ‘공유형 오피스’ 공간을 새로 마련했다. 아울러 임직원들의 자유로운 소통과 창의적인 업무 분위기 창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룹은 건물 내 3개의 정원과 사내 병원, 무인 도서관, 별도의 프로젝트 룸, 사내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건강펀드·금연펀드, 어학 교육 서비스, 예비맘 위한 단축 근무제 등 복리후생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양성평등 기업, 문화 여가 친화 기업,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며 임직원들의 발전과 행복한 삶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