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 속 미중 신냉전 구도·북한 도발 등 부담
전문가 "당분간 통화긴축 가능성 작아…폭락장은 아닐 것"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중 신냉전 구도, 북한 도발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증시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 국내 증시 코스피지수는 1월 3200선 돌파 후 2개월간 지루한 횡보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통화 긴축 가능성이 작고,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증시 폭락 우려는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2.68p(1.09%) 오른 3041.01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작년 3월19일 연저점인 1439.43을 기록한 후 꾸준히 올라 올해 3000선을 돌파하며 1월11일 연고점인 3266.23을 기록했으나, 이후 2개월간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 증시의 투자심리를 악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가 상승 폭이 커지고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높아졌고, 미 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꾸준히 오르다 최근 소폭 하락해 지난 26일 기준 1.66%을 기록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는 "올해 2분기 중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5%에 근접하고, 미 국채 10년물의 금리도 2%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데 따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며 올해 3분기 경 국내 주식시장의 박스권이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올해 코스피 적정 주가 수준은 2800선 내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막대한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한 증세 등 문제의 난이도가 더 높아졌다"며 "영국은 법인세 인상안까지 발의됐고, 며칠 전 미국도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3조달러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세제 변화를 검토하면서 증세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300~4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주 미국의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6만1545명으로 2주 전 평균치보다 11% 증가하는 등 백신 공급에도 불구하고 감염병 리스크가 여전한 점은 경기주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격화되는 미·중 신냉전 구도와 북한 도발도 증시 불안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각으로 지난 25일 "자신이 보는 앞에서 중국이 최강국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중국을 정조준했고, 북한이 핵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까지 감행하자 '상응한 대응'을 언급하며 대북 강경 조치를 예고했다.
다만, 이런 조정장에도 증시 급락세는 연출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직 통화 긴축을 고려할 만큼 경기 회복의 강건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유동성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에 악재가 부상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여전히 필요하며 정부가 위기 시에 나서줄 것이라는 기대를 높일 공산이 크다"며 "악재가 주식시장의 우려를 완화하며 좁은 박스권 내 등락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 긴축으로 인한 발작은 올해 말에나 가서야 표면화될 것"이라며 "내달 말까진 이런 조정 장세가 지속될 수 있겠지만,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