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 기반 전문성 갖춘 플랫폼 통째 확보…시장 지배력 강화
유통대기업들은 막강한 자금력으로 유망 스타트업 등을 인수하며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활로를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카카오는 기업 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사업군 혹은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을 공략하기 위한 플랫폼 투자가 활발하다.
롯데는 지난달 유진자산운용, NH투자증권-오퍼스PE와 함께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총 거래금은 1150억원이며 이 중 롯데 측 인수주체인 롯데쇼핑의 투자금액은 200억원이다.
중고나라는 2300만여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지난해 5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중고나라는 성장세인 국내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2008년 약 4조원→2020년 약 20조원) 1위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가 중고나라를 통해 경험을 중시하고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를 공략하는 동시에 기존 인프라와의 시너지로 온라인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는 구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와 카카오는 패션 플랫폼을 품었다. 온라인 패션 거래액은 2017년 약 12조원에서 약 15조원으로 성장하는 등 전망이 밝다.
신세계는 이달 1일 이마트 자회사인 SSG닷컴을 통해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아이에스이커머스가 보유한 ‘W컨셉’ 지분 전량을 양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금액은 2000억원 중반대로 알려졌다.
W컨셉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다수 보유해 차별화를 둔 것이 특징이다. W컨셉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해 왔다. 2020년 거래액은 3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오픈마켓 진출과 종합 쇼핑몰 도약을 위해 여성·액세서리·소품에서 강점을 보인 W컨셉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도 “W컨셉 인수로 백화점 브랜드는 물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패션 라인업을 확장하게 됐다.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을 통한 독보적인 패션 경쟁력으로 시장 내 지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이달 14일 밝혔다. 합병 법인은 오는 7월1일 출범한 후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된다.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 제공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올해 연 거래액 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관측된다. 지그재그는 현재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개인 맞춤형 추천, 통합결제 ‘제트(Z)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그재그는 MZ세대 주축의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 높은 성장성과 경쟁력을 검증 받았다”며 “카카오가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팬덤의 영향력과 시너지로 물류 접근성이 용이한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거나 기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유망 업체를 인수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신규 상품·사업모델 안착과 사업 다각화를 더 효율적으로 이루고 브랜드 인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