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당근'과 '채찍'을 모두 적용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 때문에 전반적으로 요구 사항이 많았지만, 금융권도 나름대로 현실론을 들며 업계 애로점을 호소해 양보나 태도 변화도 일정 부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10일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간담회 이야기다.
10일 은 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코로나19 금융권 현장 간담회'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만났다.
은 위원장은 "금융권이 수익도 많이 내고 배당도 늘린 상황에서 사회에서 금융권에 기대하는 것도 있는데, 고용을 늘려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고 오간 내용을 소개했다. 구조적으로 인건비 조정 등을 통해 청년 채용을 늘리는 방향도 고민해 달라는 등 '구체적 방법론'에 대한 힌트도 제시됐다.
특히 은 위원장은 정부와 금융권 그리고 노조도 같이 이 같은 구조 변화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전달하는 등 이 문제에 강렬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지주 회장들은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옛날처럼 고용을 마냥 늘릴 수 없다"며 규모 문제에서 일단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공채 규모 등에서 '어느 정도'의 성의를 당국에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세간의 화두인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문제는 일단 당국의 의견이 전달되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지만 아직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만기연장을 하든 안 하든 단순하게 두 개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는 당국 의견이 언급됐고 "현재 상황에서는 예단하지 말고 살펴봤으면 한다. 금융권이 지혜를 모아달라"는 주문도 전달됐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난해 4월 전 금융권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조치를 시행한 뒤 이를 한 차례 연장해 지난 3월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해 정부는 이 조치를 연장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9월 다시 연장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은 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가계부채 이슈를 놓고도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가계부채를 억제한다고 했는데 실수요 문제도 있고 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실수요를 억제해야 하는지 아니면 놔둬야 하는지 등을 놓고도 금융지주 회장들과 의견을 나눴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년 중 가계부채 증가율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감독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민간부채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으나 증가 속도가 과도하게 빠른 만큼 지금부터는 리스크 측면도 비중 있게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날 은 위원장에게 오는 10월 윤곽을 드러낼 예정인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 환영의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고려해 살펴보도록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서 업계 현실론을 수용할 여지를 뒀다.
한편, 은 위원장의 후임자인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펼치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 "좋은 방향"이라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