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뭉친 온라인 '#풀무원', 스마트 공장 구축 디지털 혁신 단행
이효율(64·사진) 풀무원 총괄 대표는 올해 ‘식물지향 기업’을 선언하면서 식물성 단백질과 가정간편식(HMR)을 성장 축으로 삼고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통합 온라인몰 개설 등 디지털 혁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가속화하며 코로나19란 악재를 기회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풀무원은 현재 경영철학인 바른먹거리·로하스(LOHAS) 가치를 반영한 신제품으로 MZ세대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비건 간편식 다양화·세분화…글로벌 시장도 진출
취임 4년차 이효율 대표는 기업 슬로건인 ‘바른먹거리&로하스’에 맞춰 MZ세대를 중심으로 급부상 중인 가치소비(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만족도 등을 세밀히 따져 소비하는 성향)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로하스는 건강한 삶과 환경보전, 사회적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패턴이다. 이 대표는 풀무원의 경영철학이 가치소비와 맥이 잘 닿은 만큼 지금 이 시기를 재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식물성 기반의 비건(Vegan, 채식주의) 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풀무원은 사회적 패러다임 전환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최고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식물지향 기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기 전부터 비건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준비하며 때를 기다렸다. 대표적인 결실로 지난해 5월 첫 선을 보인 ‘두부면’을 꼽을 수 있다.
풀무원은 국내 포장두부 시장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닐슨 올 상반기 기준 42.8%)을 차지한다. 이 같은 위상과 노하우를 녹인 두부면은 밀가루면을 대체하는 신개념 제품으로 건강·단백질·다이어트란 지금의 트렌드를 충족시키며 출시 1년 만에 판매 50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7월간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228% 급증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부면 인기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도 면 요리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 니즈(Needs)가 있기 때문”이라며 “올 4월 ‘두부면KIT(키트)’와 8월 ‘한끼두부면’ 등 HMR(가정간편식)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두부면은 지난 8월 싱가포르와 호주, 뉴질랜드 등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며 풀무원이 글로벌 비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로 기대되고 있다. 풀무원은 주력인 두부사업을 미국과 중국, 일본 등으로 확장하며 인지도를 높인 상황이다. 두부면의 경우 글로벌 식물성 단백질 시장을 공략할 첨병 역할을 맡게 된다. 이 대표는 비건 시장이 일찍부터 발달한 유럽, 미국과 함께 동남아까지 두부면 판매 지역을 차근차근 늘릴 방침이다.
풀무원의 식물성 단백질 사업은 경쟁사 대비 다양하고 세분화된 점이 돋보인다. 두부면 외에도 고단백 두부바와 두부텐더, 큐브두부, 두부크럼블덮밥소스 등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중 두부바는 일본에서 먼저 선보여 히트를 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비건 인증을 받은 라면 ‘정면(지난해 8월 출시)’과 ‘정비빔면(올 4월 출시)’의 경우 올 7월 기준 판매 500만개를 넘어섰다.
이 외에 풀무원다논의 비건 인증 대체 요거트 ‘식물성 액티비아’, 올가홀푸드의 식물성고기 5종(베지 함박스테이크·볼·간장조림·참치맛 마요·크럼블 소스)도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
◆냉장·냉동 HMR 경쟁력 ‘쑥쑥’
풀무원의 또 다른 성장동력은 가정간편식이다. 이 대표는 앞서 3월 주총에서 식물성 단백질과 간편식 사업을 미래성장의 양 축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다수의 경쟁사들은 상온간편식에 큰 비중을 둔다면, 풀무원은 생면과 피자·만두 등 냉장·냉동 간편식에 투자를 집중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풀무원이 가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온 간편식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존재감과 경쟁력이 떨어진단 지적이 나온다.
풀무원 관계자는 “신선식품으로 출발한 기업인만큼 우리의 간편식 전략은 ‘Fresh & Chunky(프레쉬&청키, 신선하고 원물감이 살아있는)’를 지향한다”며 “신선한 식재료 고유의 맛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냉장·냉동 분야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생면시장은 풀무원이 1990년대 중반 우동 간편식을 선보이며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엔 냉면 간편식, 2010년대엔 파스타와 베트남 쌀국수, 돈코츠라멘 등 ‘요리면’이라는 새로운 상품군을 만들어내며 이 시장을 주도했다.
올 5월 준공을 마친 충청북도 음성의 최첨단 HMR 생면공장은 생면 간편식 시장을 더욱 키우기 위한 이 대표의 전략적 포석이다. 풀무원은 음성 생면공장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품질·메뉴·포장 3대 혁신을 통해 연간 2400억원 수준의 국내 생면시장을 향후 5년 안에 5000억원 규모로 확대시키는 게 목표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막국수 신제품과 냉면 등은 MZ세대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여름면 매출은 7월 기준 지난해 대비 84% 이상 늘었다.
냉동 피자·만두에서도 풀무원의 입지는 강력하다. 2019년 12월 냉동피자 시장 진출을 선언한 풀무원은 당시만 해도 점유율은 1%도 채 되지 않았으나 올 1분기 말 기준 21%(닐슨)를 기록하며 2위 그룹으로 단숨에 점프했다. 피자 본고장인 이탈리아와 미국에서 최신 제조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국내 입맛에 접목시키면서 엣지 끝까지 토핑을 덮는 ‘노엣지’ 피자가 효자 역할을 했다.
냉동만두에선 0.7밀리미터(㎜) 초슬림 만두피를 적용한 ‘얄피만두’가 국내 냉동만두 시장 트렌드를 ‘얇은 피’로 뒤바꾸면서 풀무원이 새로운 냉동만두 강자로 떠오를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3월 첫 선을 보인 얄피만두 판매량은 올 8월 말까지 5500만봉을 돌파했다. 시장점유율 역시 지난해 15%로 치솟으며 해태 고향만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이효율 대표는 비대면 소비 확산과 이(e)커머스의 급부상에 따라 디지털 혁신도 단행했다. 풀무원 모든 브랜드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한 ‘#풀무원’이 대표적이다. ‘원(One) 풀무원’ 관점에서 소비자 편의성을 더욱 높였고, 각종 식품부터 건강기능식품과 일일배송 도시락, 생활용품, 뷰티까지 총망라해 상품력을 배가했다.
특히 전용 ‘로하스관’을 신설해 무농약·유기농·동물복지·비건 등에 특화된 다양한 상품군을 별도로 모아 풀무원의 브랜드 정체성이 확실히 드러나도록 했다. 통합 온라인몰 출범 한 달간 신규 가입 회원 수는 기존 대비 10배 증가하는 등 원 풀무원 전략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풀무원은 또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일환으로 국내 식품업계에선 처음으로 ‘디지털 클러스터’ 모델로 선정돼 6개 협력사와 식품 스마트 공장을 온라인 공간에 구축한다. 회사 간의 제조·생산·품질·납품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
앞서 4월엔 안경 형태의 HMD(Head Mounted Display,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 글라스' 시스템을 국내외 생산기지에 구축했다. 비대면으로도 제품 품질과 식품안전관리 등을 점검하며 시공간 제약 극복에 따른 업무 효율성 제고를 누리게 됐다.
◆내년까지 전 제품 재활용 우수 포장재 적용
풀무원은 비교적 이른 2017년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ESG 활동을 본격화했다. 지난해엔 새 비전인 ‘Global New DP5(글로벌 뉴 디파이닝 풀무원5)’를 발표하고 내년까지 모든 제품에 100% 재활용 우수 포장재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올 초엔 사탕수수 유래 추출물을 함유한 바이오 페트(Bio-PET) 재질의 친환경 샐러드 용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바이오 페트는 일반 페트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20% 줄이고 100% 재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비영리 공익법인 ‘풀무원재단’을 통해 사회공헌사업을 지속하고, 2018년부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출범했다. 풀무원의 전문경영인 1호가 이효율 대표다.
풀무원은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주관한 ‘2020년 ESG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4년 연속 ESG 통합 A+등급을 획득하고 ESG 부문 최우수기업상을 수상했다.
한편, 풀무원의 올 상반기 실적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15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8% 성장했다. 식물성 단백질 등 신사업 성장이 두드러졌다. 영업이익은 13.5% 줄어든 166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체급식·외식 사업과 해외 식품사업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 영향이 컸다.
다만, 증권가에선 올 하반기부터 이들 사업에서 회복을 예상하면서 전반적인 실적은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