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실버산업 투자…새 수장 안세진 수익성 강화 급선무
호텔롯데(대표 안세진)는 코로나19로 급변한 소비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비대면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을 배가하는 한편 글로벌 영토 확장, 실버타운 등 신사업을 위한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가며 제2 도약을 노린다.
최근엔 외부 수혈을 통해 안세진 대표(53·사진)가 호텔롯데를 이끌면서 그룹 숙원인 상장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호텔롯데는 면세점·호텔·테마파크(롯데월드)·리조트 등 4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력인 호텔과 면세업이 한창 활황이었던 2019년 호텔롯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7조3965억원, 영업이익 31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14.7%, 170%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엔 매출액 3조8444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5000억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다. 1년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코로나 2년차인 지난해엔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 2021년 3분기 누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4% 증가한 3조162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적자 폭은 4632억원에서 2476억원으로 2200억 가량 줄였다.
◇비대면·ESG 선도…'젊고 능동적인' 이미지 탈바꿈
호텔롯데 매출의 약 80%는 면세, 13%는 호텔이 차지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코로나19로 하늘 길이 막히고 비즈니스 여행객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비대면과 ESG에 적극 투자하며 ‘젊고 능동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면세사업은 ‘디지털’에 방점을 뒀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세계 첫 온라인 면세점 명품관 ‘소공1번지(Sogong 1st Ave.)’는 온라인 명품시장 성장과 함께 비대면 구매를 선호하는 MZ세대를 겨냥한 전략적 포석이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20~40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매출 비중이 2016년 25%에서 2020년 45%로 빠르게 커졌다.
또 면세점 온라인 채널을 스토리텔링형 매거진 형태로 개편하고 쇼호스트의 라이브 방송 페이지를 신설하는 등 디지털 체험요소와 소비자 편의성을 강화했다. 디지털 기술과 ESG를 접목한 ‘스마트 영수증’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호텔사업 역시 업계에서 가장 먼저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상품을 출시하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채널을 빠르게 다각화하며 비대면 마케팅을 주도했다. 지난해 6월엔 통신기업 KT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업무협약을 맺고 객실 내 인공지능 스피커와 딜리버리(배달) 로봇, 스마트 컨시어지 등을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새로운 투숙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 와인·케이크와 같은 시그니처 상품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며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ESG 사업도 업계에선 가장 선제적이란 평을 얻는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6월 ESG 경영 비전을 발표한 후 호텔 내 일회용 어메니티 등 플라스틱 사용 절감과 무(無)라벨 생수 도입, 탄소발자국(제품 생산~소비까지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 감축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부턴 국내 15곳 호텔 사업장에 도입된 무라벨 생수는 브랜드 호텔업계에선 첫 사례다.
또 지난해 1차 리노베이션을 마친 롯데호텔 월드는 외기냉수 냉방설비를 도입하면서 연간 10만 킬로와트시(Kwh) 이상의 전력 절약이 예상된다.
면세사업의 대표 ESG 활동으론 업계 첫 ‘친환경 물류센터’를 꼽을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인천 영종도 소재 4000여평 규모의 제1통합물류센터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했다. 연간 발전용량 기준 1371메가와트(MW)로 570여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통해 제1통합물류센터 전기소비량의 약 67%를 태양광 에너지로 대체한다.
지난달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ISO 37001’ 인증을 획득했다. 이 또한 국내 면세업계에선 첫 사례다.
◇호텔사업 대량적자…'에셋 라이트' 전략 대응
호텔롯데의 미래 역량은 실버사업과 글로벌 영토 확장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호텔사업부(롯데호텔)는 지난해 6월 부산 기장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조성될 600세대 규모의 프리미엄 시니어타운의 운영·컨설팅을 맡는 조인식을 맺고, 11월엔 NH투자증권과 프리미엄 실버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앞둔 가운데 40여년 이상의 호스피탈리티(응대) 노하우를 앞세워 고급 장기요양 시장을 선점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회계·컨설팅업체 삼정KPMG가 발표한 ‘시니어타운,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잡아라’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비율이 20%를 웃돌며 초고령사회가 된다. 또 업계 추정 국내 장기요양 서비스 시장은 2012년 약 3조원에서 2020년 10조원 정도로 급성장했다.
오시리아 시니어타운은 2024년 7월 오픈이 목표다. 롯데호텔은 수도권 실버타운 조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10년간 30개 이상 운영이 목표다.
K-호텔 프로젝트 역시 속도가 나고 있다. 1973년 설립된 호텔롯데는 올 1월 기준 4개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 17개, 해외 13개 등 30곳의 호텔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 시장은 러시아(4개)와 미국(3), 일본(2), 베트남(2), 미얀마·우즈벡(각 1)까지 6개국에 진출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닥쳤던 2020년 9월엔 롯데호텔 시애틀을 열었고, 이달 초엔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IHG 계열의 ‘킴튼 호텔 모나코’를 공동투자(약 430억원) 방식으로 인수했다. 내년 하반기 중 IHG 간판이 아닌 롯데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L7’로 리뉴얼 오픈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세계 호텔산업 중심지인 미국에서만 거점도시 4곳에 호텔(뉴욕·시애틀·시카고·괌)을 운영하게 됐다. 눈여겨볼 만 한 점은 ‘에셋 라이트(Asset Light, 자산경량화)’ 전략이다.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인수로 비용 부담은 줄이고 위탁운영하는 것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시카고를 포함하면 호텔롯데의 글로벌 위탁운영 호텔은 우즈벡 타슈켄트·미얀마 양곤·러시아 사마라·미국 시애틀까지 5곳으로 확대된다.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3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간 호텔 객실 규모를 지금의 2배인 전 세계 ‘3만실’로 확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호텔롯데의 K-호텔 프로젝트는 신 회장의 의지와 맞물려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호텔사업에서의 대량 적자는 큰 부담이다.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손실은 1496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손실의 60%를, 부채는 8조9151억원으로 전체 11조7641억원의 76%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그룹 호텔군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로 안세진 전 놀부 대표가 영입됐다. 안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A.T.Kearney(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와 LS그룹에서 신사업과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턴 사모펀드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맡았다.
안 대표에겐 당장 호텔롯데의 수익성과 기업가치 제고가 과제다. 중장기적으론 그룹의 숙원인 호텔롯데의 상장과도 연결된다.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총수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계열사 등으로 이어진다. 호텔롯데가 중간지주 격을 맡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상장을 통해 롯데지주 중심의 단일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다.
호텔롯데 측은 안 대표와 상장을 연결 짓는 것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회복을 전제로) 면세·호텔 양 축의 글로벌 사업이 활성화돼야 상장을 검토할 수 있다”며 “호텔사업은 브랜드 경쟁력과 운영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