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투자 열풍은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금융투자업계를 지탱해왔다. 하지만 현재 대내외 증시 불황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차갑게 식히고 있다. 증권가에 불어 닥친 후폭풍은 상당하다. 본지는 국내 15개 증권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자본기준 국내 7위 신한금융투자(신한금투)는 WM(자산관리)에 이어 IB(기업금융) 부문 재건에 사활을 걸었다. 부문별 전문가를 사장으로 영입해 체질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신한금투는 지난 2020년 이영창 대표이사 사장을 영입해 리테일·WM 부문을 강화했고 올해는 ‘IB통’ 김상태 대표이사 사장을 영입해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최근엔 사옥을 매각해 확보한 실탄으로 대대적인 투자확대를 예고했다. 다만 과정에서 노조와 마찰을 빚으면서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금투의 올 한해는 재도약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한금투는 지난 2019년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 여파로 위기에 내몰리면서 이듬해 이영창 사장을 구원투수로 영입했다.
이 사장은 앞서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도곡동 지점장 △딜링룸 부장 △PI(자기자본투자)본부장 △홀세일사업부장 △WM사업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한 ‘WM통’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취임 직후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소비자 신뢰 확보에 매진했다. 특히 내부 조직을 정비하면서 운영 리스크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는 등 시스템 제도 정비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신한금투는 이 사장 취임 첫해인 2020년 전년 대비 56.4% 늘어난 3746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으며, 이듬해인 2021년 영업이익은 56.3% 증가한 585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 사장의 강점 분야인 리테일·WM 부문 순이익(연결기준)은 2020년 1458억원의 실적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480.8%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1510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며 시장 내 입지를 굳혔다.
◇리테일·WM 성장세…IB 여전히 약세
신한금투는 이 사장 영입 후 리테일·WM 부문에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IB 부문은 여전히 부족했다.
IB 부문 순이익은 이 사장 취임 직전인 2019년 1094억원을 기록했지만, 취임 첫해 9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이 사장 2년차에 들어서 1044억원으로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웠다.
최근 2년간 주식시장 활황에 따라 기업공개(IPO)는 활발했지만 시장에서 신한금투(12위)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KB증권(6위), 하나증권(11위)과 비교해도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런 까닭에 신한금투는 김상태 사장을 영입해 IB 부문 강화에 나섰다. 김 사장은 1989년 대우증권 입사를 시작으로 업계에 발을 담갔다. 이후 21년간 대우증권에서 기업금융부장, 주식인수부장 등을 맡았으며, 2007년 메리츠증권 IB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이후 △2010년 유진투자증권 IB파트장 △2014년 KDB대우증권 IB본부장 △2016년 미래에셋대우 IB 1부문 부사장 △2018년 3월 미래에셋증권 IB 및 본사 영업 총괄 사장 등을 지내며 IB 관련 전문가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미래에셋증권에서 △크래프톤 △SKIET △현대중공업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상장 주관 작업을 담당한 만큼 신한금투의 약점으로 지목된 IPO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투톱’ 이영창-김상태 ‘디지털 리딩 컴퍼니’ 정조준
신한금투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2.0%, 37.8% 줄어든 1398억원, 1044억원을 기록하며 증시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 등의 영향으로 증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신한금투는 이영창·김상태 각자대표 체제에서 디지털 리딩 컴퍼니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투는 이를 위해 디지털전략본부 내 블록체인 전문 부서를 신설하고, 이세일 투자분석가를 부서장으로 선임했다. 또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해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고,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반의 경영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투는 이를 위해 지난 18일 여의도 소재 본사 사옥을 6395억원에 매각해 실탄도 마련했다.
신한금투는 마련한 재원으로 IB와 리테일, WM, 디지털 등 사업 부문에서 신규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에 투자해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예정이다.
앞서 이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올해는 지난해 우리가 위기 극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살려놓은 희망의 불씨가 더 크게 타오르느냐, 아니면 꺼지느냐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립 20주년을 맞아 강력한 ‘리부트(RE:BOOT)’를 기반으로 우리가 20년 전에 창업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제2의 창업에 준하는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히 차세대 ICT(정보통신기술) 시스템은 업계를 선도하며 디지털 리딩 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을 만들 수 있다”며 “금융 시장의 새 주인인 MZ세대에게 현실과 디지털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하이브리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다짐한 제2의 창업에 준하는 리부트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조와 마찰 여전…“우려하는 상황 없을 것”
신한금투는 사옥매각으로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 신한금투지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본사 사옥 매각을 두고 ‘단체협약 위반 규탄 및 사옥 매각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측은 사옥 매각 시 건물을 임차해 월세를 감당해야 하지만 이 비용은 지점의 부담으로 이어져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옥 매각은 회사가 어려워서 매각한 것이 아닌 앞으로 새로운 투자를 위한 재원이다”며 “더 나아지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옥 매각을 회사 사정이 어려울 때 했다면 매각과 관련 없이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신한금투의 상황이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매각의 상관관계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