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전시] 88년생 ‘청년 서초’를 만나다… 유중아트센터, '세대교감 레트로展'
[이달의 전시] 88년생 ‘청년 서초’를 만나다… 유중아트센터, '세대교감 레트로展'
  • 권나연 기자
  • 승인 2023.06.2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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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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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물건과 평범한 일상도 시간과 추억이 쌓이면 예술 작품이 되기도 한다. 하나의 물건에 담긴 시대적 배경과 다양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해주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등장하기 전 사용됐던 ‘삐삐’만 하더라도 단어의 등장과 동시에 무수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찾아 뛰어다녔던 경험에서부터 암호를 담은 숫자에 얽힌 사연까지. 시간의 더께가 쌓인 물건은 평범함 속에서도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사진=신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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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아트센터(운영위원회 이사장 정승우)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각종 희귀품과 사진을 한 자리에 모았다. 7월 말까지 진행되는 ‘세대교감 레트로展 : 놀러와’은 ‘일상이 작품이 되는 시간’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번 전시는 1988년 강남구에서 분리된 서초구에 주목, 올해 35살이 된 가상의 인물 88년생 ‘청년 서초’가 태어나고 자란 시절의 모습과 그때 그 시절 사용했던 장난감 등을 보여준다.

제1 전시관은 ‘레트로 하우스’를 재현했으며, 제2 전시관에는 과거 서초구의 모습과 추억이 담긴 소장품을 전시했다.

레트로 하우스는 평범한 가정집의 모습을 꾸몄다. 안방, 식당, 거실로 구성되며 당시의 생활을 보여준다. 전시관 입구에 장독대를 배치해 마치 어느 가정집으로 발을 들여놓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했다.

오랜 세월 사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식탁을 비롯해 당시 혼수목록 1호였던 재봉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 자개 옷장, 고풍스러운 조명으로 1980년대 가정집의 분위기를 담아냈다.

특히 1980년대는 가전 보급률이 높아진 시기다. 티비는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고 평면 티비도 등장했다. 유중아트센터에서는 골드스타, 아남, 삼성 등의 다양한 시기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수동의 아날로그 기계와 낡고 헤진 가구는 그 시절 삶의 모습을 회상하고 고전 감성을 느끼게 한다.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1980년대는 1970년대 개발된 가정용 게임기인 콘솔 게임기의 보급률이 높아진 시기이기도 하다. 제2 전시관에서는 추억의 만화와 장난감 비롯해 각종 콘솔게임기가 전시돼 있다. 1977년에 출시된 세계 최초의 콘솔 게임기 ‘아타리 2600’도 만날 수 있다.

1983년에 나와 큰 인기를 얻은 전설의 게임기인 닌텐도 패미컴도 전시되며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등 다수의 게임기를 선보인다. 이와함께 우주소년 아톰, 마징가 제트 등 1980-1990년대 만화 열풍을 일으킨 캐릭터도 전시했다.

1952년에 탄생 된 아톰은 긴 역사만큼 다양한 아이템들이 존재하는데 1957년에 출간된 오리지널 만화책 시리즈와 빈티지 피규어도 마련돼 있다. 최근 역주행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슬램덩크’와 관련된 소장품도 전시돼 있다.

88년생 ‘청년 서초’가 나고 자란 지역도 조명한다. 현재 모습과 괴리감이 큰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서초구 일대의 모습으로 특별한 재미도 선사한다. 논, 밭으로 둘러쌓여 있었던 이수교차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유중아트센터는 1971년 도시화 된 모습 이전의 사진을 전시해 역사적인 장면을 돌이켜보며 상징적인 순간을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전시관’이라는 공간을 가깝게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작품’이나 ‘전시회’를 잘 모르거나 자신과는 거리가 먼 단어쯤으로 여긴다.

이번 전시는 때가 묻은 게임기와 아이돌 스티커가 붙은 폴더형 휴대폰 등 평범한 일상과 추억을 조명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정승우 이사장은 “어느 때보다 애정을 담아 전시를 마련했다”며 “다양한 세대들이 각 물건 속에 스며든 옛적 감성을 공감하며 소소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고,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세대교감 레트로展 : 놀러와'는 7월31일까지 유중아트센터 3층 1, 2전시장에서 진행된다. 개별관람 및 단체관람도 가능하다.

[신아일보] 권나연 기자

kny062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