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밀·옥수수 가격 인상
밥상물가는 급등할 전망이다. 최근 연일 내린 폭우와 러시아 흑해곡물협정 종료가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인도적 차원에서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에 대해 120일간 한시적으로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7월 체결한 협정이다. 하지만 양국의 전쟁으로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수출 중단이 결정되면서 글로벌 식량위기는 심화한 상태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내린 비로 인해 이날 오전 6시까지 여의도 면적인 290헥타르(㏊)의 약 113배에 달하는 농지 3만3005ha가 침수됐다.
역대급 폭우로 농산물 공급량이 줄자 시금치, 적상추, 오이 등 도매가격은 줄줄이 폭등했다. 농산물 가격인상으로 서민들의 식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시금치 도매가격은 4킬로그램(㎏)에 5만4840원을 기록하면서 일주일 동안 51.3%가 상승했다.
이는 전월 대비 219.4%(1만7170원), 지난해 대비 8.6% 상승한 수치다.
적상추 도매가격도 4㎏에 5만9720원으로 같은 기간 33.4% 상승했다. 지난달 대비 208.7%가 치솟았으며, 지난해보다 13.2% 가격이 오른 수준이다.
오이(다다기 계통) 도매가격은 100개 기준 7만5200원으로, 일주일 만에 26.8% 상승했고 한 달 전과 비교하면 85.1% 오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밀, 옥수수 등 세계 곡물 가격 또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 따르면 밀 선물 가격은 3.0%, 옥수수 가격은 1.4% 올랐다. 이로 인해 곡물 가공식품인 빵, 면 등의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밀 선물 가격은 지난해 5월 톤(t)당 419달러를 기록해 1월(284달러)보다 1.5배 올랐다.
그 결과 밀 수입 가격은 지난해 톤당 496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곡물가격 인상은 식품사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지난해 하반기 국내 주요 라면회사 4곳이 순차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올해 초 빵과 과자 등 가격도 올랐다.
김춘진 aT 사장은 “역대급 폭우로 전국 농지가 초토화되면서 폭우 전과 비교했을 때 농산물 물가가 약 50~100% 이상 올랐다”며 “신속한 대책 마련으로 민생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