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이 21일 공식 취임했다. 윤종규 전 회장의 ‘노란 넥타이’ 전통을 이어받은 양 신임 회장은 리딩금융 수성은 물론 그룹을 더욱 성장시켜 나가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KB금융에 따르면, 양 회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임기는 오는 2026년 11월까지 3년이다.
양 회장은 취임사에서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 4가지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양 회장은 은행원으로 입사해 그룹의 수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주 전략기획담당 상무와 재무총괄 부사장을 지낸 재무·전략통으로 평가받는다. 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만큼 협력과 소통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양 회장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상생금융 방안으로 보인다. 금융권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겨냥한 ‘종노릇’ 발언 여파로 사회공헌 확대와 고금리 고통 분담 압박을 지속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 전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금융지주회장 간담회’를 열고 주요 금융지주사에 상생금융 확대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양 회장도 취임 전이었지만 공식 일정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다른 주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은 자체적으로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했지만, 아직 KB금융은 별다른 발표를 하지 않았다.
전날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연내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기로 결정된 만큼 양 회장이 이끄는 KB금융도 동참할 전망이다.
양 회장 체제에서 금융권이 주목하는 부문은 ‘비은행 강화’다. KB금융은 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캐피탈 등 11개 비은행 자회사를 두고 있다. 9월말 기준 비은행 자회사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순이익 비중은 34.7%에 불과하다.
양 회장은 지주 전략 담당 임원이었던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고, 직접 대표까지 맡아 핵심 계열사로 키우는 등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 전문성을 입증했다. 더욱이 지주 부회장 시절 역시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전담했다.
그런만큼 양 회장이 향후 비은행·비금융사 M&A(인수합병)는 물론이고,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주도해 본격적인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는 게 금융권이 거는 기대다.
양 회장이 내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어떻게 할지도 관심사다. KB금융 계열사 11곳 중 9곳, 10명의 CEO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양 회장이 새로운 인사들로 전격 교체해 변화를 꾀할지, 재선임을 통해 안정을 추구할 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양 회장은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해 리딩금융으로서 모범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 회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금융의 역할과 책임에 막중함을 느낀다”며 “KB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영역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