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탄소중립·배·전·반 신사업 속도…조원태, 아시아나M&A 역량 ‘올인’
용의 해에 태어난 재계인들이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한국 경제를 이끈다. 타고난 자신감과 리더십으로 고금리·고환율, 전쟁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한다. 올해 갑진년은 육십갑자의 41번째로 푸른색 ‘갑’과 용 ‘진’이 합쳐져 ‘청룡’을 의미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용띠 인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창원 SK 부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으로 중후장대 분야에 포진했다.
용띠 재계인 중 맏형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은 M&A(인수합병)를 통해 한화그룹을 재계 7위까지 키운 승부사로 평가 받는다. 다만 올해는 경영일선에서 활약보다 분야를 나눠 그룹을 끌고 있는 세 아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재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우주·조선·에너지,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 3남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레저·로봇 사업을 맡아 그룹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그중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2년 반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해 승계 속도가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도 대통령 순방 등 주요 공식석상에 김동관 부회장을 참석시키며 경영승계에 힘을 실었다. 대신 신년사 또는 창립기념사를 통해 경영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71주년 창립기념사에서 “최근의 지속적인 사업재편과 M&A 등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업 시대의 야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64년생인 최창원 SK 부회장은 올해 활약이 주목되는 용띠 재계인이다. 그룹 2인자 자리에 올라 사촌형인 최태원 회장과 함께 쇄신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2023 CEO 세미나’ 폐막연설에서 ‘서든데스(돌연사)’의 위험성을 7년 만에 언급한 뒤 연말 인사에서 주요경영진을 물갈이 했다. 당시 인사에서 조대식·박정호·김준·장동현 등 4인의 부회장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났고 최창원 부회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올랐다. 오너경영 강화와 경영 위기극복 차원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 투입할 자금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과 동갑내기인 구자은 LS 회장은 ‘비전 2030’ 실현에 속도를 낸다. 구 회장이 지난해 선포한 ‘비전 2030’에는 자신의 임기가 만료되는 2030년까지 그룹 자산총액을 약 2배인 5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가 담겼다.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LS그룹은 3형제 집안이 9년을 주기로 돌아가며 총수를 역임한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 2021년 총수직에 올랐다.
구 회장이 제시한 ‘비전 2030’의 핵심은 탄소중립(CFE, 넷제로) 선도와 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사업이다. 그는 이 분야에 2030년까지 총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LS그룹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해 초 5조원 안팎에서 연말 9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2차 전지 계열사 LS머트리얼즈도 지난해 12월 상장 후 3일 만에 공모가 대비 시가총액을 5배가량 늘렸다.
1976년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는 올해 꼭 주목해야 할 재계 용띠 인사다. 그는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통해 ‘메가 케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을 꾀한다.
현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는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의 심사만 남은 상황이다. EU경쟁당국은 심사과정에서 문제로 삼았던 ‘화물사업 독점’이 해소된 만큼 올 2월경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에 대해 독과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플랜B 없이 뚝심을 갖고 M&A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면 자산 40조원의 글로벌 10위권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