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카드업계는 갑진년에도 힘든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해 조달비용 부담이 큰 데다 연체율도 상승하는 등 수익성과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올해 경영 목표를 생존으로 잡고 내실 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데이터·글로벌 등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한 노력도 이어질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8개(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 전업 카드사가 지난해 3분기 거둬들인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1억원으로 전년(2조3530억원) 대비 11.7% 줄었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 실적이 모두 뒷걸음질 쳤다.
롯데카드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65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7% 늘었으나, 이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이 반영된 결과다. 매각 효과를 제외한 순익은 1년 전보다 37.8% 감소한 1676억원을 기록했다.
사실상 실적이 개선된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한 셈이다. 3분기 누적 순익이 2257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 증가했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결제시장 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신규 회원을 대거 확보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카드사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과 대출자산 건전성이 고금리 지속과 소비 둔화, 누증된 가계부채 등으로 인해 지난해 대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건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카드사 연체율은 2022년만 하더라도 1%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2%를 넘어섰다. 고금리와 경기 불황 장기화로 중저신용자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진 탓이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카드사는 잠재부실에 대비해 상당한 규모의 대손비용을 쌓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순이익은 더 쪼그라든다.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내실 경영에 돌입한 상황이다. 무이자 할부와 캐시백 등 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해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공격적인 영업 확대보다는 시장 환경을 살피며 실적 개선 전환점을 찾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신사업 발굴 노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업인 결제 서비스 수익성 위축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카드사 신사업으로 유망한 분야는 데이터 사업이다. 8개 전업카드사 모두 본인신용정보관리(마이데이터) 사업 인가를 획득했고, 이 가운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비씨카드는 데이터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결제 수수료율이 낮아 본업 영업을 확대한다고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업황이 좋지 않아 적극적으로 신사업 확대에 나서기는 어렵지만, 새 먹거리 발굴 노력은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