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SWOT] BBQ 윤홍근의 리더십,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박성은의 SWOT] BBQ 윤홍근의 리더십,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1.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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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다 매장, 30여년 역사 치킨 프랜차이즈 '대부'
글로벌 '드라이브' 걸지만 본사-가맹점 성장 '엇박자'
윤홍근 제너시스비비큐 회장이 2024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너시스비비큐]
윤홍근 제너시스비비큐 회장이 2024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너시스비비큐]

치킨 프랜차이즈 BBQ(비비큐)가 내년이면 창립 30년의 역사를 갖는다. ‘황금올리브치킨’이라는 차별화 메뉴와 공격적인 출점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국내 치킨업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너인 윤홍근 회장의 호탕하면서 통 큰 리더십은 업계 안팎에서 BBQ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하지만 ‘치킨 3만원’과 같은 그의 발언과 리더십도 종종 위기를 자초할 때도 있다. 또 마트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치킨은 BBQ 등 브랜드 치킨의 위협요소로 떠올랐다. 윤 회장의 고민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강점: 높은 인지도와 '통 큰' 이미지
BBQ는 매출액 기준 국내 빅(Big)3이자 2100여개의 최다 매장을 보유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윤홍근 회장은 1995년 본사를 설립한 후 간판 메뉴 황금올리브치킨을 앞세워 불과 4년여 만에 가맹점 1000개를 돌파하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했고 현재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대부’로 자리 잡았다. 

윤 회장은 비단 치킨업계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친숙한 인물로 꼽힌다. 계기는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생한 2020년 웹예능 ‘네고왕’ 출연이다. 코로나로 외식업계 전반에 어려움이 컸을 때 윤 회장은 네고왕을 통해 ‘한 달간 7000원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했고 대중은 환호했다. 실제 해당 영상 공개 직후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인기 척도였던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BBQ가 1위를 차지했고 검색량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당 영상 조회 수는 현재 932만회에 달한다. 

윤 회장은 또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으면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선수단장으로 활약했다. 당시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대한 적극적인 항의와 포상금 대폭 상향에 메달리스트들에게 이른바 ‘치킨연금’을 약속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 때에도 BBQ 주문은 급증했다. 윤 회장의 ‘통 큰’ 리더십이 BBQ 브랜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는 실적에도 드러난다. BBQ 운영주체인 제너시스비비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본사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9년 2464억원에서 2020년 3255억원으로 1년 만에 3000억원대를 돌파했다. 2년 만인 2022년에는 4226억원을 기록하며 4000억원대로 ‘점프’했다. 영업이익도 2019년 251억원에서 2022년 659억원으로 3년 새 162.5% 수직 상승했다. 

◇약점: 잦은 CEO 교체, 이슈 메이커 
윤 회장의 리더십이 BBQ 성장에 큰 몫을 담당했지만 한편으로는 독(毒)이 되는 경우들도 있다. 30여년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문경영인(CEO) 체제가 쉽사리 안착하지 못한 점이 대표적이다. 다수의 오너 프랜차이즈가 그렇듯 BBQ의 의사결정 역시 윤 회장의 판단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상대적으로 CEO의 경영 반경은 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BBQ는 2009년부터 CEO 체제를 도입했다. 이후 여러 명의 CEO를 영입했음에도 일부는 한 달도 못 채울 정도로 짧은 수명과 잦은 교체가 늘 지적돼 왔다. 외식업계에서 BBQ를 ‘CEO의 무덤’으로 부르는 이유다. 지금껏 1년 이상 대표직을 유지한 CEO는 김태천 현 제너시스비비큐 대표이사 부회장뿐이다. 윤 회장은 2022년 8월 그룹 지주사인 제너시스 대표이사직을 사임했지만 여전히 ‘BBQ=윤홍근’ 등식은 변치 않는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윤 회장의 ‘치킨 1마리 3만원’ 발언도 리더십에 생채기를 낸 사례다. 그는 2022년 3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소비자들이 치킨 1마리 가격이 2만원이나 돼 부담을 느낀다”는 의견에 “지금 치킨은 2만원이 아닌 3만원이 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상당한 논란이 됐다. 윤 회장은 치킨 생산부터 배달까지 원가 구조를 설명하며 “1마리를 팔아도 점주 이윤은 남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소비자 불만은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았다.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도 있었다. 당시 “본사가 수익을 남기는 게 아니다”며 강조한 윤 회장이 무색하게 그해 BBQ는 연매출 4000억대, 영업이익 600억대의 호실적을 올렸다. 

◇기회: K치킨 세계화, '파격대우' 인재 투자
윤 회장은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가맹점 5만개’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당시 5만개 달성 시기는 2025년으로 잡았다. 그는 해외에서 ‘K치킨’ 선두주자라는 확실한 입지를 굳혀 ‘천년기업 제너시스비비큐그룹 완성’이란 비전을 실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의 포부는 차근차근 실현되는 모습이다.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은 북미다. BBQ는 2007년 미국에 첫 진출한 이후 최근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점을 오픈했다. 미국 50개주(州) 중 절반이 넘는 27개주에 BBQ 깃발이 꽂혔다. 곧 미국의 대표 공항인 뉴욕 JFK공항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연내 미국 50개주 모두 BBQ 매장을 출점하는 게 목표다. BBQ는 이 외에 동남아, 중남미까지 영토 확장을 하면서 국내를 제외한 전 세계 57개국에 700여곳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작년 해외 매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1500여억원에 달한다. 

올해 미국 첫 매장인 테네시주의 BBQ 클락스빌점. [사진=제너시스비비큐]
올해 미국 첫 매장인 테네시주의 BBQ 클락스빌점. [사진=제너시스비비큐]
BBQ 종로종각점. [사진=박성은 기자]
BBQ 종로종각점. [사진=박성은 기자]

윤 회장은 BBQ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글로벌뿐만 아니라 ‘인재’가 중요하다고 누차 밝혔다. 이는 확실한 투자로도 이어졌다. 2021년에는 청년들이 좀 더 수월하게 BBQ 매장을 창업하도록 배달·포장 특화매장(BSK) 운영에 200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초에는 ‘신(新)인재경영’을 선언하면서 대졸 초임 연봉을 기존보다 33.5% 대폭 인상해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했다. 금액으로는 4000만원 중반대로 대기업 신입 평균과 맞먹는다. 윤 회장의 파격대우는 작년에 이어 최근 진행한 2023년 하반기 채용에도 취준생들의 높은 관심 속에 2500명 이상 몰렸다.
 
◇위협: 꼬리표 붙는 '치킨 3만원', 가성비 마트표 치킨
‘치킨플레이션(치킨+인플레이션)’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서민 대표 외식메뉴인 치킨 가격이 오르면서 생긴 신조어다. BBQ의 마지막 가격인상은 2022년 5월이다. 사이드메뉴와 음료, 주류를 제외한 전 제품을 2000원 이상 올렸다. 윤 회장의 ‘치킨 3만원’ 발언이 나온 지 얼마 안돼서다. 또 지난해 10월부터는 BBQ 핵심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비율을 50% 줄이는 대신 해바라기 오일을 첨가한 ‘블렌딩 올리브오일’을 쓰고 있다. 올리브오일 가격 폭등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부에선 ‘슈링크플레이션(용량을 줄이고 가격은 유지)’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럴 때마다 윤 회장은 도마 위에 올랐다. 

치킨 등 외식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대형마트, 편의점의 가성비 치킨은 BBQ에게 큰 위협거리다. 홈플러스 ‘당당치킨’, 이마트 ‘생생치킨’ 등 1만원도 안 되는 마트표 치킨은 물론 CU, GS25, 세븐일레븐 편의점 빅(Big)3도 저마다 값싼 치킨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마트표, 편의점표 치킨을 택하는 이가 많을수록 BBQ를 비롯한 치킨 프랜차이즈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탓에 가맹점 성장이 정체된 점은 윤 회장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BBQ 가맹점 평균 매출액(2021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은 4억4237만원, 평(3.3㎡)당 매출액은 3077만원이다. 2019년에는 각각 5억7788만원, 4319만원이었다. 2년 새 각각 약 23.4%, 28.8% 줄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본사 매출은 1200억원(감사보고서 연결기준)가량 늘었다. 적어도 돈을 버는 면에서 본사와 가맹점은 ‘엇박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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