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모녀 "경영문제 해결" vs 장·차남 "상속세 재원 마련"
한미 모녀 "경영문제 해결" vs 장·차남 "상속세 재원 마련"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2.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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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와의 통합 발표 후 경영권 두고 가족 간 '대립'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서 엇갈린 입장만 확인
한미약품 본사 로고(왼쪽)와 OCI 본사 로고(오른쪽). [사진=한미그룹]
한미약품 본사 로고(왼쪽)와 OCI 본사 로고(오른쪽). [사진=한미그룹]

OCI그룹과의 통합을 두고 한미그룹 모녀인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사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은 법정에서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합의점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지난 21일 임종윤·종훈 사장이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첫 심문을 진행했다.

한미그룹은 지난달 12일 OCI그룹과 각각 OCI홀딩스 지분 10.4%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하고 공동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지주회사 공동대표를 맡는다.

통합이 발표된 후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과 임종윤·종훈 사장은 각기 다른 해석을 냈고 결국 집안싸움으로 번졌다.

이날 법정에서도 양측은 좀처럼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입장차만 거듭 확인했다.

원고인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한미사이언스는 신주발행과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경영상 목적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송영숙 회장의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고 경영권 분쟁 중인 임종윤 사장 측을 경영권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한미사이언스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신주발행을 결의하기 전까지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 사장 간 경영권 분쟁이 존재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룹의 성장과 도약을 방해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2024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1500억원 상당의 단기차입금 중 일부를 변제하고 안정적 R&D(연구개발) 재원 확보, 사업 다각화, OCI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해외사업망 구축 등 다양한 경영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게 피고 측의 설명이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故 임성기 창업가 타개한 후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재산분할협의 과정에서 송영숙 회장이 자녀들 대비 2배의 지분을 상속받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임종윤 사장은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송영숙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경영권 분쟁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피력했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이후 입장문을 통해 “한미그룹의 전문성과 무관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요식적 결의로 강행된 OCI홀딩스와의 밀약은 을사늑약에 비유하고 싶다. 한미그룹의 최상위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다른 지주사의 중간지주사 내지 자회사로 전락·편입시키는 결정은 한미그룹의 지배권을 양도하는 경영권 상실을 의미한다. 정관상 사업목적에 위배되는 배임행위이자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다음 심문기일은 3월 6일 오후 4시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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