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재정비 나선 與… "영남 자민련" "경포당" 지적
총선 참패 재정비 나선 與… "영남 자민련" "경포당" 지적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4.04.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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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절박함, 기회 만들 수 있어… 자기반성 선행돼야"
"與, 수도권 포기 정당" "李·曺보다 尹대통령·與 더 싫다고"
25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을 주제로 여의도연구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을 주제로 여의도연구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5일 22대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당은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어 국민의힘의 미흡했던 점을 분석하고, 앞으로 보수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4·10 총선 이후 당 차원으로는 처음 마련된 '반성회' 성격의 자리다. 당 지도부 역시 '자기반성'에 초점을 맞췄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을 향한 큰 쓴소리 더 감사하게 깊이 새겨듣겠다. 내부의 처절한 반성은 우리를 변화시킬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부위경정의 자세로 잘못은 바로잡고 국민의힘을 반드시 더 많은 국민들이 신뢰하는 정당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국민의힘을 지켜보고 계신 국민들을 잊지 않고, 국민의 기준에 맞는 국민의힘이 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배준영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참패 원인 분석을 위한 총선백서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기로 했다. 오늘 이 토론회 자리도 그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라면서 "위기라는 절박함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철저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은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맡았다. 박원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서지영 부산 동래 당선자,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자 등은 토론자로 참석해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한정된 지지층' 문제가 거듭 거론됐다. 당내서 중도 보수가 비주류로 여겨지는 등 고령층과 영남 지역에 지지층이 한정되면서 중도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단 지적이다. 

박명호 교수는 국민의힘을 향해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 됐고, '영남 자민련'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며 "3분의 2 이상이 영남 출신인 (정당이) 충청을 포함한 수도권 정당의 가능성이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배 소장은 "이번 선거결과로 국민의힘에 '경포당', 경기도를 포기한 정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심각하다"면서 "경기도를 포기하고는 다수당이 불가능하다. (경기도) 권역을 공부해서 동·서·남·북부로 나눠서 전략적 재접근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기 고양병에서 낙선한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경기도는 54.66% 대 42.82%로 12%p 차이났다. 수도권에서 전멸한 것"이라면서 "현장에서 중도보수층을 만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중에서 이재명이 좋다는 사람 거의 없었고, 조국도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거의 없다. 그런데 그 사람들보다 당신들이 더 싫다, 윤석열 대통령이 더 싫다, 국민의힘이 더 싫다고 얘기하더라"고 토로했다.

또 "합리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반응을 못했다"며 "이런 점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정부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부총장은 "경제가 어렵고 사람들은 다 아우성치고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수출이 더 잘 되고 있다'는 얘기만 맨날 해댄다"면서 "용산 경제수석이 됐든 우리 경제 관료가 나와서 '국민 여러분 이렇게 어려우시고 사과값, 대파값 올라가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배 소장은 충청 지역 관련해서는 "충청권에 더불어민주당은 뭐라도 해줄듯한 기세로 달려드는데, 누구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국회를 세종시로 보낸단 건 유권자 분석해 보면 영양가가 없다"며 "조금 더 영양가 있는 걸 충청권에 배치하려는 전략적 노력이 (총선) 120일 전, 늦어도 90일 전에 나왔어야 한다. 지역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강북 험지에서 어떻게 당선됐냐고 묻는데, 솔직히 우리 당이 하는 것 반대로만 했다"면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고 당에서 내려오는 현수막은 단언컨대 4년 동안 한 번도 안 걸었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수도권 민심과 전혀 다른 얘기들이 중앙당에서 계속 내려오는 상황에서 개개인 후보가 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라는 게 너무 협소해진다"며 "수도권 중심으로 당이 개편되고 수도권에서 낙선한 분들의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직자 출신인 서지영 부산 동래 당선인은 당정관계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서 당선인은 "당정관계에 대해 우리가 대통령실 비난만 하면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건 오판"이라면서 "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밖에서 언론에 떠드는 게 아니라 앞으로 용산 대통령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용기 있게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고 부언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