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주총 완승 후 "함께 간다" 했지만 결별 수순
한미그룹 가족 간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으나 다시 극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한미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송영숙 회장의 해임안을 결의했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임종훈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서 임종훈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된다.
다만 송 회장의 사내이사직은 임기가 만료되는 2026년 3월29일까지 유지된다.
한미사이언스가 밝힌 송영숙 회장 해임 이유는 경영 효율화다. 공동대표 체제일 때는 주요 결정 시 공동대표 모두의 의사가 일치돼야 한다. 이는 신규 사업이나 투자를 할 때 공동대표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속도감 있는 추진은커녕 최종 조율 전까지 어떤 시도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 오너일가는 올해 1월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모녀인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이 ‘OCI와의 통합’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이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장·차남 측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에 들어갔고 모녀 측은 해임 등으로 맞불을 놨다.
결과적으로는 주주들이 장·차남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건에 힘을 실어주면서 장·차남이 경영권을 잡게 됐다. 당시 장·차남 측은 “가족 간 화합을 다시 이루고 싶다”, “가족들이 다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 등 협력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후 임원인사 등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달 한미사이언스는 임주현 부회장을 한미약품 R&D센터 글로벌 사업본부로 발령했는데 열흘 만에 해당 발령을 무효로 한다고 다시 공지했다.
양측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약 40일 만에 갈라섰다.
이와 함께 임종윤 사장은 다음달 18일에 열릴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한미약품 대표이사에 오를 전망이다. 임종훈 사장은 사내이사로, 한미사이언스 대주주이자 장·차남 편을 들어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각각 선임될 예정이다.
한편 한미그룹 오너일가 갈등의 시발점인 상속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떠난 후 유족들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총 5400억원 규모다. 납부 기한은 내년까지로 현재 유족들에게는 2600억원가량의 미납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