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오너家②] 홀로선 한화 김동선, 푸드테크 힘주지만 본업은 '갸웃'
[시험대 오른 오너家②] 홀로선 한화 김동선, 푸드테크 힘주지만 본업은 '갸웃'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6.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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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부사장 승진·올해 지주사 합류…갤러리아 지분 확대
'파이브가이즈' 안착, 협동로봇 도전장…백화점 실적 개선은 과제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 또한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각 기업들은 이에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서도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최신 임원인사로 일선에 등장한 오너가(owner+家) 2~4세들이 총대를 멨다. 본지는 새로운 기회 마련을 통해 경영능력을 검증하려는 주요 기업들의 오너 2~4세들의 행보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이 레이저 각인 협동로봇을 보고 있다. [사진=한화로보틱스]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전략담당이 '창원스마트팩토리 및 생산제조기술전(SMATOF)'에 참여한 한화로보틱스 부스에서 레이저 각인 협동로봇을 보고 있다. [사진=한화로보틱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막내아들 김동선 부사장이 그룹의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보다 경영일선에 늦게 나섰지만 강력한 추진력으로 사업영토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반면 주력인 유통사업(백화점)은 여의치 않다. 실적이 쪼그라들었을 뿐만 아니라 존재감마저 잃고 있다.

◇유통·레저 사업 승계…갤러리아 2대 주주 자리매김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선 부사장은 1989년생으로 2014년 한화건설 해외토건사업본부 과장을 맡으며 그룹의 일원이 됐다. 이후 일신상의 이유로 2017년부터 3년간 회사를 떠났다가 2020년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 상무보로 들어와 다시 그룹 업무를 봤다.

김 부사장의 경영수업은 2021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프리미엄사업부 프리미엄레저그룹 상무로 선임되며 속도가 붙었다. 김 부사장은 이듬해 한화솔루션 임원인사를 통해 갤러리아부문 전략부문장(전무) 자리에 올랐다. 또 2023년 3월 한화갤러리아가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면서 김 부사장이 그룹 내 유통·레저 사업을 총괄하는 방향으로 승계구도가 명확해졌다.

같은 해 11월 그룹 지주사인 한화는 김동선 부사장 승진 발표를 했고 이어 올해 1월 1일자로 김 부사장을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으로 발탁했다. 건설부문과 지주사 임원이 되면서 그룹 내 김 부사장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부사장은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며 홀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여념이 없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449만9860주(2.29%)의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사들였다. 금액만 약 56억원이다. 이에 따라 김 부사장은 (주)한화(7039만7507주, 36.31%)에 이어 한화갤러리아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김 부사장은 (주)한화 주식도 160만3892주(2.14%) 보유 중이다.

◇보유 직책만 4개…식음 역량 강화 집중, 본업 부진
김동선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총 4가지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맡은 역할은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주)한화 자회사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 △(주)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등이다. 이는 그만큼 그룹에서 김 부사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직책에 ‘전략’을 넣은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지난해 4월 말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 앞두고 홍콩 현장 실습에 참여한 모습. [사진=한화갤러리아]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지난해 4월 말 파이브가이즈 국내 론칭 앞두고 홍콩 현장 실습에 참여한 모습. [사진=한화갤러리아]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소속으로 직접 기획부터 매장 실습까지 참여했던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즈가이즈’를 국내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올해 3월 기준 총 3개인 한국 파이브가이즈 점포 모두 전 세계 약 1900개 점포 중 매출 톱(Top)5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갤러리아 자회사로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는 올해 4월 4호점인 서울역점 오픈에 이어 앞으로 5년간 15개 이상의 점포를 연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로보틱스와 한화푸드테크(옛 더테이스터블)를 통해 로봇 기술을 활용한 ‘푸드테크’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푸드테크는 AI(인공지능), 3D(3차원)프린팅 등 최첨단 기술을 식품산업 전반에 접목하는 것으로 유통 분야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김 부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인 ‘CES 2024’에 참가한 국내외 푸드테크 기업 부스를 방문해 시장 상황을 살폈다. 지난해 10월 한화로보틱스 설립 후 협동로봇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데 따른 연장선이다.

또 지난달 푸드테크 개발을 위해 한화로보틱스 본사가 있는 판교에 한화푸드테크 R&D센터가 개소했다. 김 부사장은 개소식 현장에서 “식음 서비스 산업 성패는 푸드테크의 적극적인 활용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푸드테크는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 기술 활용, 조리 자동화 솔루션을 비롯한 각종 푸드테크 기술 구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다만 본업에서 김 부사장의 경영능력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김 부사장이 신사업에 매진하는 사이 본업인 백화점 사업은 퇴보하고 있어서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2021년 8.1%에서 2022년 7.8%, 2023년 6.8%로 지속 감소세다. 올해 1분기는 더 낮은 6.5%다. 더욱이 롯데·신세계·현대 등 경쟁사 핵심 점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오를 때 갤러리아백화점 모든 점포의 매출은 같은 기간 줄었다. 본점인 명품관은 -7.0%, 대전 타임월드는 -8.1% 등이다.

일각에서는 햄버거 체인 파이브가이즈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긴 어렵고 협동로봇이나 푸드테크에서 당장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오기 힘든 만큼 본업 회복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VIP, 상품 경쟁력 강화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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