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업] 골든블루 박소영·보해 임지선…주류업계 女리더십 '주목'
[매치업] 골든블루 박소영·보해 임지선…주류업계 女리더십 '주목'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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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취임 오너 2세 박소영, '유튜브' 감성 마케팅 젊은층 공략 이미지 개선
10년차 3세 임지선, 보해소주·다시마주 등 제품 다각화 및 수출 판로 확대
한 풀 꺾인 위스키, 지역소주 勢 위축 속 수익성 부진…'재도약' 책임 막중
박소영 골든블루 대표(왼쪽), 임지선 보해양조 사장(오른쪽). [사진=각 사]
박소영 골든블루 대표(왼쪽), 임지선 보해양조 사장(오른쪽). [사진=각 사]

최근 주류업계에서 여성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토종 위스키 ‘골든블루’ 박소영 대표와 지역 소주 명가(名家) ‘보해양조’ 임지선 사장이 꼽힌다. 주류를 포함한 식품업계 전반으로 여성 CEO(전문경영인)가 흔치 않은 가운데 박소영 대표와 임지선 사장은 ‘주류’라는 공통분모 속에 각기 자신 만의 경영 색(色)을 입히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박 대표와 임 사장 모두 회사의 ‘실적 반등’이라는 공통과제를 갖고 있다. 

2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박소영 대표는 지난 2월 골든블루 수장에 자리했고 임지선 사장은 2015년 보해양조 부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 자리에 오른 주류업계에서 손꼽히는 여성 리더다. 둘 다 각자대표로서 회사 성장과 함께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고자 애쓰고 있다.  

오너 2세 박소영 골든블루 대표는 1976년생으로 박용수 회장의 차녀다. 그는 2018년 3월 회사 사내이사에 합류했다. 박 대표는 골든블루 지분 22.40%(올 1분기 현재)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골든블루는 박 대표 취임 당시 “회사 제2의 도약을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을 주도할 예정”이라며 “골든블루가 백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 체제에서 골든블루는 젊은층 공략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브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을 오픈한 게 눈에 띈다. 위스키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와 활발히 소통하기 위한 창구 역할이다. 동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음악’이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협업한 영상 콘텐츠를 ‘골든블루 릴레이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매달 선보이면서 자연스럽게 골든블루 위스키를 노출시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골든블루가 최근 유튜브에 개설한 ‘골든블루 릴레이리스트’ 이미지. [제공=골든블루]
골든블루가 최근 유튜브에 개설한 ‘골든블루 릴레이리스트’ 이미지. [제공=골든블루]

주류업계는 그간 체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취향에 맞춰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대신 오프라인에서 접점을 만드는 건 그만큼의 비용 부담이 있고 일회성 이슈로 휘발되는 단점이 있다. 골든블루 릴레이리스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은 적으면서 콘텐츠의 참신함, SNS(사회관계망) 입소문 여하에 따라 충분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박 대표는 “골든블루 브랜드 감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통해 젊은 고객과 소통하는 접점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1985년생의 임지선 사장은 보해양조 오너 3세다. 고(故) 임광행 창업주의 손녀이자 현재 회사 최대주주인 창해에탄올 임성우 회장의 장녀다. 그는 2013년 회사 영업총괄본부장(상무)으로 입사한 후 대표에 오른 지 올해 10년이 됐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광주·전남 대표 주류업체를 이끌면서 ‘젊은 오너’로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회사 지분 구조에서 임 사장은 0.04%(올 1분기 현재)를 갖고 있다.  

그는 특히 화이트와인 베이스의 탄산소주 ‘부라더#소다(2015년)’, 지역 감성을 강조한 저도수 소주 ‘여수밤바다(2019년)’, 소금으로 소주 특유의 쓴 맛을 잡은 ‘보해소주(2021년)’ 등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다시마 소주 ‘다시, 마주’를 선보였다. 다시마를 활용한 주류는 국내 처음이자 소주와 접목은 전 세계적으로 최초다. 완도산 다시마를 사용해 ‘지역 상생’이란 의미도 부여했다. 임 사장의 이 같은 시도는 기존 ‘잎새주’, ‘보해복분자주’ 외에 수익원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4월 임지선 보해양조 사장(오른쪽)이 다시마를 활용한 소주 개발로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왼쪽)으로부터 표창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보해양조]
지난 4월 임지선 보해양조 사장(오른쪽)이 다시마를 활용한 소주 개발로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왼쪽)으로부터 표창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보해양조]

임 사장은 해외시장도 공을 꾸준히 들였다. 수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임 사장이 처음 대표로 취임한 2015년 약 28억원에서 지난해 58억원으로 8년 새 수출액은 107.1% 늘었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 ‘파리 우먼즈 패션위크’ 기간 미스치프(MSCHF) 브랜드 팝업에서 보해복분자주를 ‘K와인’으로 소개하며 수출 판로 확대에 나섰다. 

다만 골든블루와 보해양조 모두 실적은 다소 침체돼 이들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골든블루의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242억원, 498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3.6%, 영업이익은 4.6% 줄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작년을 정점으로 다소 주춤한 점도 부담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4월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 수입량은 3475t으로 전년 동기 3856t 대비 10%가량 줄었다. 

보해양조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액은 930억원으로 전년 909억원 대비 2.3% 늘었지만 28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9년 이후 4년 만의 손실이다.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거의 같은 221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32% 늘어난 10억9000만원으로 다행히 수익성은 개선된 모습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대형 주류기업에 밀려 보해를 비롯한 지역소주 세(勢)가 위축된 점은 걸림돌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소주시장 점유율(소매 기준)에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도합은 77.7%다. 3년 전인 2020년에는 74.55%였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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