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나서며 취소·환불 '구제' 길 열렸지만 판매자 대책 '안갯속'
법무대리인 통해 고소고발 예고…정부, 자금난 대응 5600억 투입
얼굴 없이 '큐텐 지분 매각' 첫 입장, 사실상 '자금경색' 시인
‘티메프(티몬·위메프) 쇼크’가 사회적 이슈로 번진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불씨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사태는 일파만파 더 커지는 형국이다. 소비자와 판매자 속만 타들어가는 가운데 그간 나서지 않던 구영배 큐텐 대표는 처음으로 지분 매각 또는 담보 활용 등을 통해 수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여전히 얼굴을 보이진 않았다. 정부도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응하는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사회·경제 전반으로 ‘티메프 쇼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태는 큐텐이 이달 17일 위메프 판매자들에게 5월분 대금을 정산하지 않으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큐텐은 “산하 계열사 총 6만여 파트너사 중 일부인 500여 파트너사가 결제 전산시스템 오류로 대금을 정산 받지 못했다. 이달 12일까지 400여 파트너사에 정산했고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지급을 완료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일 후인 22일 티몬 판매자 대금 또한 정산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주요 업체들은 티몬·위메프 상품 노출을 잇달아 중단하고 철수했다. 일부 여행사들은 대금 정산을 독촉하는 내용증명도 보냈다. 또 카드사들과 전자결제대행업체(PG사)들은 티몬·위메프 결제취소를 막았고 은행사들은 티몬·위메프 선정산대출을 막았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불안감에 각각 24일 위메프 본사, 25일 티몬 본사를 찾았다. 특히 여름휴가를 앞두고 여행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들은 현장을 찾은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에게 환불을 포함한 빠른 수습을 촉구했으나 PG사의 결제대행 서비스가 중단으로 카드결제 취소 등이 불가능했고 분노 섞인 소비자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현재는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 등 9개 카드사와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3개 간편결제(페이)업체가 티몬·위메프에서 결제했지만 물품을 받지 못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직접 취소·환불을 진행 중이다. 26일 여신금융협회가 티몬·위메프 소비자 결제취소와 환불 지원책을 발표한 데 대한 연장선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자신이 사용한 카드사에서 이용대금 이의제기나 할부계약 철회·항변권을 통해 구제받을 길이 생기긴 했다.
다만 판매자 대금 정산과 관련해서는 아직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큐텐이 지난 17일 △연이율 10%의 지연 이자 지급 △지연금액의 10% 큐텐 플랫폼 내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제공 △2주 이상 정산 지연 파트너 대상 3년간 위시·위시플러스 상품 판매수수료 3% 감면 △1개월 이상 정산 지연 파트너사 대상 큐텐·티몬·위메프 상장 시 정산 지연금의 최대 50% 주식 매입 기회 제공 등의 보상안을 내놓은 게 전부다.
판매자들에 미정산된 금액은 금융당국이 업체로부터 받아 파악한 규모만 약 2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추후 정산기일이 도래하는 거래분을 감안하면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상황이 이러하자 판매자들도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일부 판매자들은 지난 28일 대책회의를 열고 큐텐(티몬·위메프 포함)과 은행권, 정부에 제시할 대안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일각에서는 티몬·위메프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을 예고했다. 이들은 법무대리인을 통해 오는 8월2일 서울강남경찰서에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판매자들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29일 티몬·위메프로부터 대금을 결제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어나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판매자들을 위해 총 56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우선 2000억원 규모로 긴급경영안정자금(융자)을 제공한다. 또 3000억원 이상의 저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아울러 피해 판매자들의 기존 대출·보증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한다. 여행사 등에는 600억원(대출규모) 한도의 이차보전을 지원한다. 더불어 종합소득세·부가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고 부가세 환급금 조기지급 등의 세정지원을 추진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영배 대표는 29일에야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구 대표는 26일 큐익스프레스 대표 사임 소식만 전했을 뿐 종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꼬리 자르기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까지 제기됐다.
구 대표는 “양사 파트너사 피해 규모는 여러 변수로 추산이 어렵다. 소비자 피해 규모는 여행상품 중심으로 합계 500억원 내외로 추산한다. 피해접수와 환불을 지속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보상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큐텐 보유 해외 자금 유입과 큐텐 자산·지분 처분, 담보를 통한 신규 자금 유입, 펀딩, M&A를 추진하고 있다. 큐텐 지분을 포함한 개인 재산도 활용해 티몬·위메프 유동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사실상 자금경색을 시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티몬·위메프를 포함한 큐텐그룹에 대한 신뢰가 하락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유동화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자금을 마련해 피해보상을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