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 레이스④] 코너 몰린 이석용 농협은행장…교체 가능성↑
[금융권 인사 레이스④] 코너 몰린 이석용 농협은행장…교체 가능성↑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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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금융 사고·직장 갑질 등 내홍 휩싸여
새 농협중앙회장…계열사 경영진 대거 교체 전망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연말 일제히 만료를 앞둔 가운데, 인선을 위한 경영 승계 레이스가 본격 개막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물론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배임, 횡령 등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실패로 확률은 엇갈리고 있다. 은행장 연임 및 교체에 따라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사 CEO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금융권 인사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편집자주>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올해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연임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금융 사고가 발생해 책임론이 부각한 데다 사실상 인사권을 쥔 농협중앙회장도 새 인물로 바뀐 만큼 계열사 수장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 CEO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이석용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해 올해 말 첫 임기가 끝난다.

이 행장은 임기 첫해인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 1조780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1조7182억원)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는 순이익 1조266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6% 실적을 끌어올렸다.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썼지만 이 행장 연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행장 재임 기간 각종 금융 사고는 물론 갑질 논란 등 구설이 잇따른 탓이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5대 은행 금융 사고 적발 및 처분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 건수는 농협은행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금융 사고액 규모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농협은행이 291억8030만원을 기록해 선두였다.

농협은행은 올해 사고액이 10억원을 넘어 수시공시가 이뤄진 금융 사고만 4건으로 집계됐다. 

3월에는 109억원 규모 업무상 배임이 발견됐고 5월에 각각 11억원, 53억원 규모의 비슷한 금융 사고 2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8월에도 121억원 규모 횡령 사고가 터졌다.

이 때문에 이 행장은 오는 10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자리에선 은행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금융 사고 등에 대한 질의라 이뤄질 전망이다.

농협은행이 5대 은행 중 ‘직장 갑질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는 점도 이 행장 연임 행보에 부정적이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은행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농협은행에서 직장 내 괴롭힘 10건이 신고돼 가장 많았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5건 가운데 3건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농협중앙회장이 바뀌었다는 점도 이 행장 연임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농협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며, 농협중앙회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원칙상 농협금융이 계열사 CEO 이사권을 갖고 있지만,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중앙회장 입김이 매우 크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올해 3월 취임했다. 통상 중앙회장이 바뀌면 머잖아 계열사 CEO들도 대거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2016년 김병원 중앙회장이 취임하자 이경섭 전 행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2020년에도 이성희 중앙회장으로 바뀌자 당시 이대훈 전 행장은 임기가 9개월 남은 상황에서 전격 사퇴했다.

농협은행이 행장 연임에 인색한 점도 불안 요소다. 2020년 농협은행장 기본 임기가 2년으로 늘어난 이후 아직 연임에 성공한 행장은 한 명도 없다. 손병환 전 행장은 임기 중 농협금융 회장으로 영전했고, 뒤를 이은 권준학 전 행장은 2년 임기만 채우고 물러났다.

2020년 이전 행장들은 기본 임기가 1년에 연임에 성공해도 1년을 추가로 부여받는 구조여서 대다수가 2년 넘게 재임하지 못했다. 이대훈 전 행장만 이례적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전례를 생각하면 올해 초 농협중앙회장이 바뀐 시점에서 이 행장 연임은 힘들어진 상황”이라며 “대형 금융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책임론까지 불거진 만큼 교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moo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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