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연말 일제히 만료를 앞둔 가운데, 인선을 위한 경영 승계 레이스가 본격 개막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물론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배임, 횡령 등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실패로 확률은 엇갈리고 있다. 은행장 연임 및 교체에 따라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사 CEO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금융권 인사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편집자주>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와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가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둔 가운데, 양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강 대표는 실적 부진이, 윤 대표는 농협금융 2년 임기 관례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10일 자회사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12곳에 대한 대표이사 승계 절차에 돌입했다. 농협금융도 같은 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시했다.
강병관 대표는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 출신이다. 2006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글로벌을 포함한 대외 제휴·투자 전략 수립, 전사 경영·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았다. 특히 삼성금융 계열사별 비유기적(Inorganic) 전략 수립과 삼성금융네트워크 디지털 통합플랫폼 구축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2022년 5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현 신한EZ손해보험) 인수추진단장 겸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합류했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정해진 수순대로 대표에 올랐다.
강 대표는 신한EZ손해보험이 디지털 보험사로 사업모델을 전환하는데 기틀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3년이나 된 기존 IT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시스템으로 바꿔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올해부터는 운전자보험 등 장기보험 상품을 줄줄이 내놓으며 보험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점유율 확대에도 주력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적이다. 신한EZ손해보험은 출범 이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한EZ손해보험은 78억원의 순손실이 났다. 전년 동기(-127억원) 대비 적자를 줄인 기록이었지만 올해 상반기 또 전년 동기(-13억원) 대비 48억원 늘어난 6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수준의 적자를 상반기 만에 기록한 셈이다.
다만, 디지털 보험사는 비교적 상품구조가 단순하고 보험기간이 짧은 상품 위주로 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재무적 관점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해진 대표는 1990년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 신탁부문장, 시지부장·지점장, 농협중앙회 지역본부장과 상호금융 투자심사 등 여신 관련 업무 전반을 두루 섭렵한 기업투자 전문가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전략적 자산운용과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투자수익의 안정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NH농협생명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윤 대표는 NH농협생명의 안정기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대표로 선임되기 전만 해도 NH농협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악화해 금융감독원의 주의를 받는 상황이었다. 윤 대표는 자본확충 등의 노력으로 경영 안정화를 이루고 수익성 확대와 미래 경쟁력 강화를 끌어냈다.
NH농협생명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817억원으로 전년 647억원에 비해 180.9%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도 좋은 상황이다. 상반기 NH농협생명의 순익은 1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1458억원에 비해 12.4% 성장했다.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 비중을 확대한 덕분이다.
윤 대표는 요양사업과 디지털화에 집중해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앞장섰다. NH농협생명은 경영기획부 산하에 신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시니어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올해 5월에는 일본의 대표적 스마트 요양사 젠코카이의 산하 연구소 젠코종합연구소와 고령화 대응 시니어사업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윤 대표의 연임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농협금융에는 계열사 CEO의 임기를 연임 없이 2년으로 제한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나동민 초대 대표이사만이 유일하게 1년 연임에 성공해 3년 임기를 지낸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