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신세계·현대 코로나發 위기 타개 '사활'
면세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비롯된 보릿고개를 아직까지 넘지 못한 모습이다. 업계는 이제 ‘생존’에 방점을 찍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인 인사 시즌에 접어들면서 면세점 빅(Big)4 수장들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시장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에도 회복이 더딘 실정이다.
올 상반기 면세점 매출은 한국면세점협회 데이터 기준 7조39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14%로 늘었지만 코로나19 발발 전인 2019년 상반기(11조6570억원)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이 같은 기간 4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을 크게 밑도는 신장률이다. 1인당 구매액은 지난해 상반기 68만6000원에서 올 상반기 53만5000원으로 22% 역성장했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이른바 4대 면세점 업체들의 성적표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롯데는 올 상반기 4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 전환이었다. 신라와 신세계는 70억원과 1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76% 줄었다. 현대면세점은 올 상반기 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개별 관광객 중심으로 면세 소비 트렌드가 바뀐 데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면세점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또는 할인혜택을 극대화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린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러하자 임원인사를 앞우고 면세점 4사 대표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대표를 바꾼다고 하루아침에 실적이 개선되는 건 아니나 조직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새로운 긴장감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특정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면세산업 전반이 힘든 상황인 만큼 정상화가 될 때까지 각 대표가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주남 롯데면세점(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는 올해 6월 말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화한 후 점포 리포지셔닝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22년 말 구원투수로 등판해 시내점과 온라인, 글로벌 등의 경쟁력을 키워 롯데가 1위 면세사업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2022년 5조300억원에서 2023년 3조800억원, 2024년 상반기 1조6489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대표는 이에 내실화를 통한 반등 발판을 마련하고자 총대를 멨다. 등기임원인 김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25일이다.
김태호 신라면세점(호텔신라 TR부문) 대표는 2021년 말부터 면세유통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취급하는 DF1 사업권과 패션·부티크 등을 취급하는 DF3 사업권을 확보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 체제의 신라면세점 매출은 2022년 4조3330억원, 2023년 2조9580억원, 2024년 상반기 1조6730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유신열 신세계면세점(신세계디에프) 대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말 부임했다. 이후 강남점 철수를 통한 내실화, 개별 관광객 공략 위한 홍콩 캐세이·중국남방항공 제휴 등 사업 전반의 체질개선을 도모했다. 그 결과 유 대표는 지난해 재신임을 얻어 올해도 신세계면세점을 이끌고 있다. 관건은 외형 축소다. 신세계면세점은 2022년 3조4400억원, 2023년 1조9188억원, 2024년 상반기 9805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이재실 현대면세점 대표는 ‘2021년 임원인사’에서 부사장 승진과 함께 면세사업의 키를 잡았다. 이 대표는 흑자 전환 등의 성과를 내진 못했다. 매출은 2022년 2조2570억원에서 2023년 9980억원, 2024년 상반기 481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직전 ‘2024년 임원인사’에서 다시 한 번 신임을 얻었다. 또 올해 3월부터는 회사 소속 최초로 한국면세점협회 회장직을 맡았다. 이에 이 대표가 지금 자리에서 현대면세점의 전문성·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외환경 악재에도 각 사가 비용 절감, 신사업 추진 등 돌파구 마련에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경기가 장기적으로는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고 국내 면세업계도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만큼 연말 면세업계 대표이사들의 인사 태풍은 비켜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