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 공개매수로 촉발된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재계는 물론 금융권을 관통하는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승기를 좌지우지하는 쩐의 전쟁 '공개매수'가 재조명되고 있다. 30년 전 나이키를 시작으로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합병(M&A) 시장을 뜨겁게 달군 공개매수 성패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기업이다.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며 75년간 동업을 이어왔다.
다만 지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등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최씨 일가의 지분 교환 등 지분 매입 경쟁이 촉발됐다.
이에 9월12일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전격적인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매수에 돌입, 이달 14일 지분 5.34%를 추가 확보하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라운드에서 승기를 잡게 됐다.
현재 지분 구조는 △영풍·MBK 연합 38.47%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 33.9% △국민연금 7.83% △자사주 2.4% △기타 주주 17.4% 등으로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개매수는 일정한 가격과 주식 수를 제시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주식을 사겠다는 의미다.
경영진과 이사회와의 협의 없이 일반 주주를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M&A) 수단으로 쓰이며 지주사 전환, 상장폐지 등에도 활용된다.
기한 내 원하는 주식을 매수해야 되기 때문에 통상 거래되는 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사실상 쩐의 전쟁이다.
실제 공개매수가 진행된 한 달여 동안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가를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 83만원으로 두 차례 올렸고 최 회장 또한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주당 83만원으로 개시한 뒤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첫 공개매수는 1994년 미국 나이키가 합작법인이었던 삼나스포츠, 한국법인을 미국 본사의 100% 단독 출자로 전환하기 위해 이뤄졌다.
당시 나이키는 삼나스포츠주를 시장가와 비슷한 5만6349원으로 공개매수에 나서 지분 99.21%를 취득했다.
이후 삼나스포츠는 상장 폐지되며 공개매수 성공과 공개매수 이후 상장 폐지된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공개매수가 적대적 M&A에 활용된 첫 사례는 1994년 한솔제지가 금융업 진출을 위해 동해종합금융 주식 15%를 주당 3만8000원에 공개매수 하며 성공적으로 인수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2022년 1월엔 맘스터치 최대주주 한국에프앤비홀딩스가 지배주주 및 회사가 100% 지분을 확보, 맘스터치 상장폐지를 위해 지분 15.8%(1608만주, 6200원)를 공개매수 했다. 같은 해 9월엔 SK디스커버리가 계열사 SK케미칼 지분 5.22%(92만주, 10만8800원)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1000억원을 투입, 1대 1.57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공개매수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을 인수한 사례는 2조6000억원이 투입된 '빅딜'은 물론 전체 지분의 65%에 해당하는 물량이 참여한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가장 많은 지분율을 확보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공개매수를 통한 적대적 M&A는 결국 누가 먼저 50% 이상의 지분을 선점해 주인이 되느냐 싸움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투입과 재무 악화로 결국 참여자 모두 손해를 보는 싸움으로 번질 위험도 있다.
공개매수는 기업의 경영 회복 수단으로 활용된다. 앞서 2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터진 오스템임플란트 또한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정상화, 기업가지 제고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는 배당 등 주주환원에 따른 비용 부담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사외이사 선임 의무에서 해방돼 빠른 의사결정도 가능하며 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개매수 적대적 M&A, 상장 폐지 등에 활용되는 수단으로 결과는 성공 여부를 떠나 나중에 기업이 어떤 성과를 보이냐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비상장 기업을 만들어 경영 효율화를 꾀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경우 경영 효율화 측면보다는 누가 기업을 가져갈 것이란 대결 구도가 되고 있는 모습으로 경영 합리화,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매수가 아닌 기업 소유에 따른 공개매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