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디킹 철수·제주소주 매각 해결 불구 신세계L&B 역성장 '아쉬움'
양사 엇갈리는 실적에 시너지 '갸웃'…겸직 지속할지 임원인사 '주목'
“상시적 불확실성이 뉴노멀(New Normal)로 정착하면서 식품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올해는 내실 있는 미래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및 신세계L&B(엘앤비) 대표가 지난 3월 신세계푸드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을 확정한 자리에서 했던 얘기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송현석 대표는 작년 신세계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기존 신세계푸드에 와인사업이 주력인 신세계L&B 수장까지 겸하며 책임감이 막중해졌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는 스타벅스 사업을 영위하는 SCK컴퍼니와 함께 그룹의 식품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그룹은 당시 정용진 부회장 주도 아래 대표이사 40%가량을 교체하는 대규모 ‘물갈이’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그룹은 대안식품의 안착, 외식사업 노브랜드 버거 확장 등의 성과를 쌓아온 송 대표가 성장이 정체된 와인사업을 맡아 시너지를 내길 기대했다. 1년여가 지난 현재 송 대표의 경영에 대해 업계에선 ‘미래성장’ 면에선 합격점을, ‘내실’과 ‘시너지’는 다소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크다.
◇미래동력 대안식품 띄우기…적극적인 소통
신세계푸드는 송현석 대표 체제에서 신성장동력인 식물성 대안식품을 공격적으로 띄우며 시장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대안식품 개발에 나선 이후 2021년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에 이어 지난해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을 잇달아 론칭했다. 각 브랜드마다 제품을 빠르게 다각화하는 한편 이마트·스타벅스·SSG랜더스 등 그룹의 다양한 플랫폼과 연계한 홍보 및 마케팅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갔다.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 ‘베러푸즈(Better Foods)’를 통해 북미 등 글로벌 시장 공략 채비를 했다. 베러푸즈는 올 초 미국의 벤처캐피탈 ‘클리브랜드 애비뉴’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식물성 기내식 개발 및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저변을 넓혔다.
송 대표는 과거 CJ, AOL-타임워너 워너뮤직, 맥도날드, 피자헛, 오비맥주 등 국내외 대형 소비재 기업들을 두루 거치며 마케팅 사업을 맡아온 ‘마케팅통(通)’이다. 그는 대안식품을 마케팅하는 현장에 빈번히 등장하면서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일각에선 “신세계그룹 계열사 CEO 중 단연 튄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아직 매출 등 ‘스코어’를 따졌을 때 대안식품 비중은 미약하다. 하지만 경쟁사 대비 제품 종류나 화제성 등에서 신세계푸드가 참신하고 특히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 경쟁력이 높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위스키, 소주 떼고 와인 본업 집중
국내 와인 수입사 1위 신세계L&B는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하고자 위스키, 맥주(발포주) 등 주류사업 다각화를 꾀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발포주 사업은 신세계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쓴 맛을 봤다. 2022년 4월 선보인 ‘레츠’는 단종됐고 지난해 9월 출시한 ‘킹덤 오브 더 딜라이트’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이런 가운데 경영 키를 잡은 송 대표는 와인 본업에 집중했다. 특히 마케팅에 방점을 찍었다. ‘로버트 몬다비’ 등 주력 와인을 중심으로 브랜드 마케팅에 주력하는 한편 자체 와인 플랫폼 ‘와인앤모어’를 프리미엄 주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브랜드 큐레이션팀’을 만들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을 재정비한 것도 본업 강화와 연관이 깊다. 이에 따라 업계 1위 와인 포트폴리오와 신세계L&B만의 큐레이션 노하우를 더해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신세계백화점 등 계열사 협업으로 프리미엄 와인 카테고리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멤버십 기능을 장착한 큐레이팅형 와인앤모어 애플리케이션(앱)을 이달 론칭하며 브랜딩에 집중했다. 또 와인앤모어 브랜드 확장 차원에서 뷰티사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이란 아이템으로 뷰티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적자사업 분리 '해결사'…실적은 엇갈린 행보
송 대표는 가능성이 부족한 사업은 과감히 뗐다. ‘스무디킹’과 ‘제주소주’다. 비효율을 줄이고 수익성을 강화하라는 정용진 회장 주문에 적극 답한 것이다. 2015년 신세계푸드가 국내 사업권을 가져간 스무디킹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애물단지’였다. 매출도 2016년 202억원에서 작년 61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신세계L&B가 운영한 제주소주 사업도 적자였다. 그나마 국내 사업은 지지부진해 수출로 전환됐으나 딱히 재미를 보지 못했다. 송 대표는 스무디킹의 국내 철수, 제주소주의 오비맥주 매각을 순조롭게 풀면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다만 송 대표 체제에서 신세계푸드 및 신세계L&B 실적은 엇갈리는 모습이다. 신세계푸드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7758억원, 영업이익은 143억원으로 전년 동기(7193·126억원)와 비교해 각각 7.8%, 13.5% 늘었다. 신세계L&B는 같은 기간 799억원의 매출(이마트 사업보고서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25억원보다 14%가량 줄었다. 이중 제주소주(수출사업) 매출은 5억원 수준이다. 순손실은 36억원이다. 신세계L&B는 국내 최대 와인 수입사다. 2021~2022년 2년 연속 연매출 2000억원대였지만 지난해 1806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전년 대비 94%가량 급감했고 5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알짜 계열사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송 대표 체제에서도 반등하지 못한 모습이다.
다가올 신세계그룹 임원인사는 정 회장 취임 이후 수시 인사로 예년보다 무게감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모든 인사와 보상은 철저하게 성과를 기반으로 하겠다”며 평가를 엄격히 해왔다. 송 대표 체제 1년 여간 신세계L&B의 반등은 쉽지 않았다. 또 그룹이 기대한 신세계푸드-신세계L&B 간 시너지는 ‘와인과 치즈케이크’ 협업 정도의 수준이었다. 일각에서 양사 대표 겸임 지속에 물음표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