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930조' 경기부양, 금융 위주…수요 유발 불확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빅3가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더해 내년 업황도 어두울 것으로 보여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 3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최대 80% 가량 감소했다. 건설경기 침체지속과 중국산 저가 수입재 유입 증가가 실적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380억원, 매출액 9조47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각각 39.8%, 2.0% 감소한 수치다. 현대제철은 3분기 영업이익 515억원, 매출 5조6243억원으로 집계돼 각각 77.4%, 10.5% 줄었다. 동국제강은 영업이익 215억원, 매출 8386억원을 기록, 각각 79.6%, 22.3% 줄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건설 등 전방 산업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야간 가동, 특별 감산 등 시장 수급 개선에 주력했으나 동기간 수요 부족이 지속되면서 주력 사업인 봉강·형강 부문 생산량과 판매량이 모두 하락했다”며 “후판 부문도 수입산의 국내 유입 확대로 판매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철강사들은 고부가 제품 개발 및 탄력적인 공장 운영으로 부진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5일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제품가격이 가장 좋았을 때보다 30% 정도 하락했다”며 “철강 수요 산업인 자동차, 건설, 조선 분야로 고부가 강재 납품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강업황이 단기간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의 부진 요인인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부동산 침체는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하는 상황에서도 철강수요만 부진한 ‘디커플링’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열린 ‘2025 철강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철강수요에서 중국을 제외할 경우 세계 경제 흐름과 상관관계가 높아진다”며 “중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 연구위원은 “중국이 경기부양책으로 투입하는 10조위안(약 1935조원)이 커 보이지만 철강수요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금융 중심의 지원이 많아 실제 철강수요를 유발할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중국 철강수요가 1% 감소에 그치기만 해도 다행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철강수요가 부진하자 과잉생산된 철강 제품들을 해외에 저가로 쏟아내고 있다. 이날 전채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산 유입 확대로 내수에서 수입재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수출시장 경쟁심화, 보호주의 강화 등 악화되는 환경에 대응하고 저가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내수시장 방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저가 중국산 철강을 막기 위해 반덤핑 제소에 나선 상태다. 현대제철이 앞서 중국산 후판을 반덤핑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소하면서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반덤핑 예비조사를 시작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대상 반덤핑 제소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열연 등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피해의 심각성을 확인 중이고 적극적으로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도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산 철강 반덤핑 제소를 검토 중”이라며 “한국 철강산업에는 무역 보호장치가 거의 없어 어떤 형태로든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