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은의 쇼트컷] 스타벅스의 다음이 궁금하다
[박성은의 쇼트컷] 스타벅스의 다음이 궁금하다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11.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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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현 체제 2년간 성장세 지속, 업계 첫 '3조 클럽' 눈앞
정기구독, 진동벨, 멤버십 혜택 세분화 등 서비스 다변화
프리미엄 이미지 희석 지적 불구 '고객' 초점 공격적 시도
스타벅스 시그니처 ‘사이렌’ [사진=박성은 기자]
스타벅스의 심볼 ‘사이렌’ [사진=박성은 기자]

스타벅스는 국내 카페업계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특유의 프리미엄 콘셉트와 브랜딩은 아직 국내 그 어떤 카페 브랜드들이 넘지 못했다. 동일한 맛 품질의 아메리카노도 ‘사이렌’ 로고가 붙으면 왠지 가격대가 높아도 납득이 되는, 카페는 물론 유통업계 통틀어서도 프리미엄화(化)가 잘 된 대표적 브랜드로 꼽힌다. 

올해 국내 개점 25주년을 맞은 스타벅스는 다양한 시도를 꾀했다. 구독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고 멤버십 혜택에 변화를 줬다. 고집했던 대면 응대 대신 진동벨 사용을 늘렸다. 특화매장을 포함해 출점도 적극적이다. 남은 4분기 실적에 따라 업계 첫 ‘3조 클럽’ 입성도 가능하다. 경영 2년을 채운 손정현 대표 체제에서 ‘별다방’ 입지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모기업 핵심 수익원 역할 '톡톡'
2022년 ‘서머캐리백’ 사태는 스타벅스의 큰 전환점이 됐다. 이미지 타격은 물론 당시 수장이 국정감사에 불려 가는 수모를 겪었다. 모기업 이마트가 최대주주가 된 지 1년도 안 돼 벌어진 일이라 회사 안팎으로 꽤 혼란스러웠다. 결국 그 해 10월 신세계그룹 임원인사 이후 스타벅스 영수증에 적힌 대표자는 전임 송데이비드호섭에서 손정현으로 바뀌었다. 

손정현 대표 체제에서 스타벅스는 모기업의 수익원 효자 역할을 도맡았다. 스타벅스 코리아 운영사인 SCK컴퍼니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9295억원, 1398억원이다. 당시 모기업 이마트는 건설·이커머스·편의점 등의 부진으로 연결기준 4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자회사 중 유일하게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스타벅스가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황을 막았다. 올 들어 스타벅스의 3분기 매출액 누계는 2조2818억원, 영업이익은 1422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33.3% 늘었다. 역시나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유일한 자회사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10%에서 작년 4.8%로 2년 새 반 토막 났으나 올 3분기 누계 6.2%로 개선됐다. 

매장 수는 3분기 현재 1980개다. 이마트에 인수됐던 2021년 말 1639개와 비교하면 3년 여간 341개, 연평균 약 114개다. 사나흘 꼴로 별다방 매장이 들어선 셈이다. 현재 속도라면 연말께 2000곳 출점도 가능하다. 고물가 기조 속 저가 카페 브랜드의 득세에도 스타벅스 성장은 꾸준했다.  

◇대면 대응 고집 버리고 '진동벨' 사용  
연못에 있는 오리를 보면 물 위에선 우아하게 헤엄치는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를 보면 물갈퀴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애쓴다. 스타벅스도 갈수록 경쟁이 치열한 카페 시장에서 1등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지키고자 다양한 시도를 부단히 해왔다. 대표적으로 구독 서비스 론칭과 테이블 진동벨 확대 등이 꼽힌다. 고객 소통과 접점 확대를 위한 대응법이다. 

지난달부터 운영을 시작한 구독 서비스 ‘버디 패스’는 월 9900원에 제조음료 30% 할인쿠폰(매일)과 푸드 30% 할인(월 1회), 배달 및 온라인스토어 배송비 무료 등의 혜택을 담았다. 전국 1300만명의 스타벅스 충성고객이 서비스 론칭의 자신감이었다. 제조음료 할인쿠폰 사용은 오후 2시 이후로 기준을 뒀다. 카페 특성상 출근 및 점심시간 때 고객이 가장 몰린다. 상대적으로 매출 타깃이 부족한 오후 시간대를 공략해 수익성을 보전하며 ‘올타임(All-time) 스타벅스’로 지향하고자 하는 묘수로 풀이된다. 

대면 대응이 원칙이었던 스타벅스는 연말까지 대형 및 특화 매장을 중심으로 진동벨 도입을 110여곳까지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진동벨은 지난해 하반기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대형·복층 매장에선 고객이 몰리면 직원이 부르기 어렵고 제 때 음료 수령이 힘든 사례들이 생기는 등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우려 때문이다. 스타벅스 만의 고민은 아니지만 예전과 달리 인력 채용이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  

◇스타벅스 '답게'와 '같지 않은' 간극
스타벅스는 진동벨 도입과 비슷한 이유로 키오스크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업무를 하는 소비자)’이 많은 상권 일부 매장에선 1인석 좌석을 배치했다. 아침 카페식(食)을 선호하는 고객을 겨냥해 모닝세트를 운영하고 리워드 멤버십 혜택을 세분화했다. KB국민은행과 손잡고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계좌 간편결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스타벅스 대형 및 복층 매장을 중심으로 도입된 진동벨. [사진=박성은 기자]
스타벅스 대형 및 복층 매장을 중심으로 도입된 진동벨. [사진=박성은 기자]
스타벅스 코리아 운영사인 SCK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손정현 대표. [사진=박성은 기자, 스타벅스]
스타벅스 코리아 운영사인 SCK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손정현 대표. [사진=박성은 기자, 스타벅스]

결과적으로 고객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다변화했다. 다만 다수의 서비스는 이미 경쟁사들이 해왔던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프리미엄 이미지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며 ‘스타벅스 답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수익성에만 매달린 것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그럴 것이 모그룹 총수인 정용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본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수익성 중심의 경영 의사결정을 주문하면서 “신사업 진출도 수익성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스타벅스의 영업이익률은 올 들어 반등했다. 

손 대표 입장에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확장할 때마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지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스타벅스답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오리지널리티(독창성)와 이익을 동시에 쫓아야 하는 부담감도 크다. 손 대표 체제에서 스타벅스의 공격적인 서비스 확장이 향후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업계 시선이 쏠린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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