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이석용 금융사고·내부통제 책임 불가피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해 임기가 종료되는 시중은행장 거취가 가닥을 잡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호실적에 힘입어 행장 연임이 전망된다. 반면 올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내부통제 문제를 보인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수장은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시중은행장 임기는 내달 31일 일제히 만료된다.
이 가운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첫 임기다.
올해부터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하도록 하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돼 은행들은 지난 9월부터 차기 행장 인선을 준비해 왔다.
우선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교체가 확실시됐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조 행장 연임이 어렵다는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장은 사의를 표명한 이원덕 전 행장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1년4개월여 동안 은행을 이끌어왔다.
조 행장은 임기 중 다양한 성장 비전을 제시했고 연임 의지도 강했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에 발목이 잡혔다. 조 행장은 부당대출에 직접 연루되지는 않았으나, 위법 사실을 파악하고도 고의로 금융당국 보고를 지연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최근 피의자로 전환됐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이달 중 발표될 전망이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교체 가능성이 크다. 이 행장 재임 기간 각종 금융 사고는 물론 갑질 논란 등 구설이 잇따른 탓이다. 더욱이 농협은행은 행장 연임에 인색하다. 2020년 농협은행장 기본 임기가 2년으로 늘어난 이후 아직 연임에 성공한 행장은 한 명도 없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행장 연임 기상도는 다르다.
우선 올해 첫 임기를 마치는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임기 중 준수한 실적고 경영 능력을 나타내며 전형적인 ‘은행장 임기 공식’에 따라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는 기본 임기 2년에 한 차례 연임을 통해 추가로 1년을 부여하는 ‘2+1’ 형태가 일반적이다
정상혁 행장은 추가 임기를 얼마나 부여받을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두는 분위기다. 통상적으로는 기본 임기 2년에 연임 시 1년을 더 부여받는 구조지만, 신한은행은 진옥동 회장이 은행장 시절 2년 임기 후 2년 추가 임기를 부여받은 전례가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경우 함영주 전 행장(현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후 오랜만에 연임 행장으로 남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3연임’이 점쳐진다. 올해 초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면서 안정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점이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KB국민은행은 허인 전 행장이 3연임을 통해 4년 이상 재임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이 행장 연임도 이례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은행 내부에서도 이 행장 연임을 전망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실적도 물론 중요했지만, 내부통제 이슈와 위기관리 능력이 행장 연임에 더 큰 영향을 미친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