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경영 나선 신세계 정유경, 확실한 '캐시카우' 확보 시급
독자경영 나선 신세계 정유경, 확실한 '캐시카우' 확보 시급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1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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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사장 9년 만에 오빠 이어 회장으로 승진…계열분리 공식화
모친 이명희 지분 수증, 최대주주 등극…'한 지붕 두 가족' 종결
주력 백화점 성장 둔화, 패션·면세 부진…경영능력 본격 시험대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오너 2세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과 함께 계열분리를 공식화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정유경 회장은 그간 백화점을 중심으로 ㈜신세계를 진두지휘해왔다. 앞으로는 오빠 정용진 회장과 동일선상에서 온전히 한 그룹의 총수 역할을 맡게 됐다.

다만 주력인 백화점사업 성장세가 한 풀 꺾였고 다른 계열사 역시 부진하거나 존재감이 크지 않은 건 고민거리다. 정유경 회장 입장에선 성공적인 독자경영을 위해선 ㈜신세계의 확실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 발굴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재계 첫 1970년대생 여성 총수가 된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달 30일 단행된 ‘2025년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회장직에 올랐다. 2015년 총괄사장이 된 지 9년 만이다. 또 올해 3월 정용진 회장이 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특히 정유경 회장은 오빠와 달리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회장으로 승진한 점이 눈에 띈다. 정용진 회장과 동등한 위치에 서면서 독립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세계그룹도 이번 인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계열분리 토대를 구축하기 위함이라며 관련 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유경 회장의 독자경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을 신설하며 ㈜이마트와 ㈜신세계에 지주사 역할을 부여했다. 이후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백화점·패션·면세점 등의 사업을 영위했다. 공식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이마트=정용진, 신세계=정유경’ 체제가 굳혀진 것이다.

지분정리도 끝낸 상태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2016년 각각 ㈜신세계, ㈜이마트 지분을 서로에게 모두 넘겼다. 2020년 9월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을, 정유경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을 각각 8.2%씩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유경 회장은 총 18.56%의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 최대주주가 됐다. 정유경 회장은 계열분리를 마치면 자산규모 약 19조원으로 재계 27위에 진입하는 ㈜신세계 총수(동일인)가 된다. 이는 곧 정유경 회장이 앞으로 ㈜신세계 경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때 ㈜신세계의 미래 성장을 이끌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캐시카우 확보가 정 회장의 급선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 [사진=신세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 [사진=신세계]

이런 가운데 주력인 백화점 성장이 둔화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 전체 사업 비중의 약 40%를 차지하는 백화점 매출은 별도기준 2020년 1조6363억원에서 2021년 2조164억원, 2022년 2조4869억원으로 급증했지만 2023년엔 2조5570억원으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도 1조9216억원으로 지난해 1~3분기보다 3.7%만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2년 5019억원에서 2023년 4399억원으로 12.4% 감소했다.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3.9% 줄어든 2838억원으로 집계됐다.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동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트럼프 재집권, 고물가 기조 등으로 지금의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게다가 아웃렛과 패션, 뷰티, 가구 및 인테리어,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면세 등 다른 사업들은 실적 면에서 성과가 크지 않다. 정 회장을 포함한 인수단 주도로 계열사로 들인 신세계까사는 2018년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814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현대리바트가 같은 기간 총 335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대비된다. 매출 규모도 신세계까사는 연간 2500억원 안팎인 데 반해 현대리바트의 경우 2023년 약 1조5860억원으로 6배가량 컸다.

면세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4월 인천국제공항 DF2(화장품·주류·담배)구역과 DF4(패션·액세서리·부티크)구역 사업권을 획득하며 인천국제공항 내 최대 사업자로 도약했다. 그럼에도 높은 임대료와 고환율 등으로 면세 채널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가 부담해야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연간 4099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 매출은 2022년 3조4400억원을 올렸지만 2023년 1조9188억원으로 급감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도 1조4529억원으로 단 1.4% 증가했다. 영업손익 면에서는 올 3분기 기준 1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디에프는 결국 이달 29일까지 근속 5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정유경 회장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주력인 백화점 식음료(F&B) 콘텐츠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F&B는 명품 등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어 경기를 크게 타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올해 2월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 7월 미식 플랫폼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을 연 것을 포함해 총 6000평 규모의 F&B 공간을 조성하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의 F&B를 내세워 고객들을 백화점으로 유인해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정유경 회장은 뷰티사업 역량 극대화에도 나섰다. 그 일환으로 ㈜신세계는 기획전략본부에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사업을 총괄할 뷰티전략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는 또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연작’, ‘비디비치’, ‘뽀아레’ 등의 자체 브랜드는 물론 ‘딥티크’, ‘아워글래스’, ‘산타마리아 노벨라’ 등 단독 수입브랜드를 포함해 총 30여개의 뷰티 브랜드를 보유했다. 지난 8월에는 글로벌 MZ세대 공략 차원에서 영뷰티 비건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럭셔리 중심에서 대중 브랜드로 확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분리경영을 하고 있었던 만큼 경영기조 측면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명품·패션 둔화에 면세점 선호도 하락 등 해결할 문제들이 있다. 동시에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뷰티사업이 캐시카우로 성장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