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지지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투자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해 우리 경기와 증시는 주요국 대비 뒤처진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기관들도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배경으로는 높은 제조업 비중과 수출 의존도, 내수 부진 등이 꼽힌다.
2일 한국거래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기 및 증시는 △높은 제조업 비중과 수출 의존도 △심각한 내수 부진 △국내 증시 자금 이탈 현상 심화 등으로 상대 국가 대비 부진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주요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및 수출 비중을 보면, 한국 제조업은 24.3%로 중국(26.1%) 다음으로 크며, 수출은 36.9%로 독일(38.0%)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저성장이 굳어지면서 제조업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제조업 경기는 중국 과잉을 포함한 과잉 리스크에 직면해 있어 회복이 더딘 상태다.
여기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에 관세 정책마저 현실화된다면 글로벌 제조업 및 수출 경기 회복은 더 지연될 것이고, 이는 한국 경기와 제조업 경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각한 내수도 문제다.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음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계 부채 부담으로 인해 국내 가계가 체감하는 고금리 부담이 소비 등 내수 부진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보면, 한국은 올해 1분기 기준 92%로 압도적 높은 수준이다. 이어 영국은 78.8%, 일본 65.3% 등 순이다.
이 밖에도 국내 고용시장과 더불어 자영업자 위축 추세는 국내 내수 부진 현상에 부채질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주식시장 수급은 증시 자금 이탈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1~11월까지 8.01% 감소했으며, 코스닥도 22.83%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는 19.07%, 나스닥은 30.1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27.18% 상승했다. 일본 니케이225는 14.77% 올랐다.
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분기 748억달러 △2분기 858억달러 △3분기 918억달러 △4분기(~11월까지) 1040억달러로 커졌다.
주요 경제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정했다. 이는 2022년 2.3%에서 0.3%포인트(p) 내린 수치다.
하지만 G7(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국가 잠재성장률은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미국 잠재성장률은 2020년 1.9%에서 2024년 2.1%로 올랐으며 △캐나다(1.1%→1.9%) △이탈리아(0.3%→1.1%) 등도 높아졌다.
한국은행도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4%에서 2.2%로 내렸다. 내년과 내후년은 1%대(1.9%, 1.8%)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2.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한국경기와 증시 부진은 트럼프 2기 정책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지속될 위험이 잠재해 있다"며 "국내 제조업 출하·재고 사이클과 수출 경기 사이클을 보더라도 현재 조정 흐름은 최소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소한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추진될 각종 정책 관련 불확실성 리스크가 해소되거나 중국 대규모 경기부양책 실시와 같은 모멘텀이 가시화돼야 국내 경기와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도 "국내 수출 둔화는 현재 진행 중이며 내수 회복도 아직 기대 영역에 있다"며 "앞으로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에 국내 경제 가시적인 활력 회복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