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 2026년 완공…에쓰오일, 내년 상반기 구축
업계 "국가전략기술 지정, 세액공제 15%까지 올려달라"
기간산업이 위기다. 경쟁국의 저가공세와 인력난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조선·철강·정유·화학·항공·해운·물류 업계는 이종업종·이종사업간 융합을 통해 위기탈출에 나섰다. 협력과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융합형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신아일보>는 ‘융합으로 위기탈출’ 업종별 시리즈를 마련했다.
세 번째 시리즈 업종은 ‘정유’다. /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디지털 전환’
②‘액침냉각유’
③‘지속가능항공유’
#. 정유업계 수익성의 지표인 정제마진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등 중동지역 정세불안으로 인해 유가 변동성까지 덮쳤다. 전 세계적인 청정에너지 전환 기조에 따라 석유 사용량도 2030년 이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사들은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안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2027년 30조원까지 늘어날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에 초점을 맞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는 SAF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각종 ‘최초’ 타이틀 경쟁을 벌인다. 정유4사는 SAF를 포함한 친환경연료 분야에 203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관계자는 “글로벌 SAF 수요는 2022년 24만톤(t)에서 2030년 1835만t으로 약 70배 확대될 전망”이라며 “국내 역시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의 모든 항공편에 SAF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SK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코프로세싱 방식의 SAF 전용 생산라인을 갖추고 지난 10월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SK에너지의 생산라인은 기존 석유제품 생산공정에 석유 원료와 함께 바이오 원료를 동시에 넣어 석유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SK에너지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 8월부터는 폐식용유와 동물성 유지를 활용한 SAF를 인천~하네다 노선에 주 1회, 전체 항공유의 1%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GS칼텍스는 SAF 첫 상업 수출에 성공했다. GS칼텍스는 지난 9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의 100% SAF를 공급받아 일반 항공유와 혼합 제조한 ‘CORSIA SAF’ 5000킬로리터(㎘)를 일본 나리타 공항에 공급했다.
이는 한국·일본·핀란드의 3사가 협력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인증받은 CORSIA SAF를 상업적 규모로 판매한 국내 첫 사례다. 향후 일본 주요 항공사 ANA, JAL 등에 판매될 예정이다.
S-OIL은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하기 위한 바이오원료 저장 탱크와 전용 배관을 울산공장에 건설 중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설비 구축을 마치면 S-OIL은 원하는 시기에 바이오원료를 공정에 투입해 SAF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초로 SAF를 수출했다. 지난 6월 일본 ANA항공에 SAF를 공급했고 향후 바이오 납사, 바이오 경유 등 코프로세싱 방식의 바이오 연료 수출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 이후에는 연간 생산량 50만t 규모의 SAF 공장을 완공한다는 방침이다.
정유4사는 SAF 원료 공급망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SAF 생산에 쓸 수 있는 폐식용유의 연간 생산량은 19만t 수준에 그치는 데 비해 SAF 전용 생산공장에서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선 연간 50만t의 원료를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정부에 현금 기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SAF 생산 시 IRA법을 통해 세액공제가 주어지고 일본도 보조금을 준다”며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SAF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현재 3%까지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를 15%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아일보] 우현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