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을 만나다
[르포]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을 만나다
  • 양지영 기자
  • 승인 2024.12.1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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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지역에서 즐기는 별자리 여행
분청사기·바닷길 등 이색적 볼거리 한가득
풍부한 햇살이 빚어낸 '유자·커피 향' 흠뻑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옥상에서 본 밤 하늘. (사진=양지영 기자)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옥상에서 본 밤하늘. (사진=양지영 기자)

문화와 예술, 역사,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전남 고흥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불린다. 대한민국 최초 우주 발사체 '나로호'가 발사된 이곳에선 우주가 밤하늘에 그린 한 폭의 별자리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분청사기 생산지로 발길을 옮기면 우주여행은 이내 역사여행으로 바뀐다. 자연이 만든 230개 섬과 사람이 더한 인공섬을 눈에 담으며 바닷길을 걸으면 여기가 왜 지붕 없는 미술관인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풍부한 햇살과 따뜻한 기후가 빚어낸 유자와 커피, 그리고 이것들이 내뿜는 향은 고흥이란 미술관이 선사하는 특별한 선물이다.

지난 5일 빌딩 숲을 벗어나 고즈넉한 남쪽으로 향했다. 용산역에서 KTX로 2시간30여분 걸려 도착한 순천역에서 차로 1시간가량 더 달려 곳곳에서 볼거리 가득한 고흥을 만났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사진=양지영 기자)
지난 6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사진=양지영 기자)

◇ 밤하늘 수놓은 작품

나로호 발사 지역인 고흥의 또 다른 이름은 우주관광 도시다. 나로우주센터와 우주천문과학관이 있는 이곳은 하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위한 여행지기도 하다.

봉래면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직접 개발한 발사체 부품과 인공위성 실물 등을 볼 수 있다. 또 작동체험 전시물을 통해 우주와 로켓, 인공위성의 원리를 알고 체험할 수 있다. 

코레일관광개발의 우주과학 열차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는 나로우주센터 내부도 견학할 수 있다. 발사 통제동과 발사대, 발사체 보관동 등 로켓 발사 관련 시설물을 직접 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옥상에서 관광객들이 보조 망원경으로 각종 별자리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양지영 기자)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옥상에서 보조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관찰하는 사람들. (사진=양지영 기자)

고흥우주천문과학관에선 주경 지름 800㎜ 주 망원경과 6개 보조 망원경을 통해 별자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지름 10m 크기 돔 스크린에서 가상 별자리도 볼 수 있으며 옥상으로 올라가면 밤에는 성운과 성단, 각종 별자리를, 낮에는 태양 흑점을 관측할 수 있다. 이달에는 토·일 사전 신청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남 고흥군 고흥분청박물관 내 분청사기 명품관. (사진=양지영 기자)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고흥분청문화박물관 내 분청사기 명품관. (사진=양지영 기자)

 ◇ 역사와 예술,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은 국가 지정 문화유산 제519호 분청사기 요지(가마터)를 비롯해 다수 요지가 발견된 운대리에 자리했다. 박물관은 지상 3층 규모로 역사문화실과 분청사기실, 설화문학실 등 전시실과 분청문화공원을 갖췄다. 운대리 일원에는 조선 전기에 분청사기를 제작한 가마 25기가 밀집했다. 특히 그릇 전체가 하얀 덤벙 분청사기를 만들던 대표적인 곳이다. 박물관에선 예약을 통해 분청사기 빚기, 분청사기에 그림 그리기 등을 교육받고 체험할 수 있다.

전남 고흥군 고흥분청박물관 내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사진=양지영 기자)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고흥분청문화박물관 내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사진=양지영 기자)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는 이달 말까지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연다. 천경자 화백은 독보적인 화풍과 색채감으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발자취를 남겼다. 이번 전시회에선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는 천경자 화백의 화풍을 감상할 수 있다. 문화박물관 해설사는 그림을 볼 때 꽃과 여자, 뱀 키워드를 생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며 감상 팁을 알려줬다.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우도 섬마을과 육지를 잇는 레인보우교. (사진=양지영 기자)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우도 섬마을과 육지를 잇는 레인보우교. (사진=양지영 기자)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릴 때만 나타나는 노둣길 옆 오색찬란한 '우도 레인보우교' 또한 고흥의 이색적인 볼거리다. 우도 레인보우교는 우도 섬마을과 육지를 잇는 길이 1.32㎞ 국내 최장 연륙 인도교다. 바닷물이 빠졌을 때만 육지에서 걸어갈 수 있던 우도는 레인보우교가 놓인 이후 언제든 걸어서 오갈 수 있는 섬이 됐다. 물때를 맞추면 레인보우교와 바닷길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다리 중간 사진 명소와 230개 자연섬, 그리고 인공섬이 만든 고흥의 바다 풍경은 색다른 감상을 남긴다. 

◇ 따뜻한 기후가 만든 유자·커피 나무

지난 6일 전남 고흥군 에덴식품영농조합에서 송재철 에덴식품영농조합 대표가 유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양지영기자)
지난 6일 전남 고흥군의 한 유자전문가공업체 대표가 유자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양지영 기자)

고흥에선 매년 11월 유자 축제가 열린다. 유자나무는 온대지방에서 자라 국내에선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등에서 볼 수 있다. 2021년 막을 올린 고흥 유자 축제는 대표 특산품을 알리는 장이다. 고흥 유자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따뜻한 기후, 기름진 토양 덕분에 빛깔이 맑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고흥군 두원면에 있는 한 전문가공업체에서는 직접 재배한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로 유자·석류청과 또띠아 피자, 유자 마들렌 만들기는 물론 캔들과 디퓨저, 립밤 제작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선 유자를 활용한 과자, 소금,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도 한다.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산티아고 커피농장에서 김철웅 산티아고 커피농장 대표가 크리스탈 마운틴 커피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지영 기자)
지난 5일 전남 고흥군 산티아고 커피농장에 열린 크리스탈 마운틴 커피나무 열매. (사진=양지영 기자)

'K커피'도 있다. 과역면 커피 거리에 있는 한 커피농장은 고흥에서 재배한 100% 국내산 원두커피를 맛보고 로스팅, 핸드드립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선 국내 재배 환경과 알맞은 쿠바와 크리스탈 마운틴 나무를 주로 키운다. 커피콩에 고흥 농산물 재료를 덧입혀 새로운 커피 향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자 커피가 있다. 커피 열매에 유자청을 스며들게 한 후 발효 과정을 거쳐 커피와 유자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커피농장 관계자는 "유자 커피 외에도 라벤더, 포도, 딸기, 로즈메리 등 새로운 커피를 지속 개발해 농가와 관광이 상생하는 고흥을 만들고 싶다"며 "5~6월에 방문하면 만개한 커피나무 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