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안 가결] 씁쓸한 특수 속 힘 빠진 유통가 대목…여진은 진행형
[尹탄핵안 가결] 씁쓸한 특수 속 힘 빠진 유통가 대목…여진은 진행형
  • 박성은·김소희 기자
  • 승인 2024.12.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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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탄핵정국 방한용품 등 일부 품목 매출 급증, 거리집회 일부 영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때 소비심리지수 '냉각'…올해 반복 '우려'
식음료 및 숙박업 소상공인 10명 중 9명 연말 경기전망 '부정적'
탄핵정국 속 거리집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탄핵정국 속 거리집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겨울 탄핵정국 속 방한의류 및 잡화, 핫팩 등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겨울시즌이라는 특성과 함께 탄핵정국 속 거리집회 영향도 일부 미치면서 ‘씁쓸한 특수’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상황은 바뀌었지만 유통업계 전반으로 경기침체 장기화, 급작스러운 정치 리스크 여파 등으로 올 연말 대목 장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위기가 큰 편이다. 

한편으로는 고물가 속 탄핵정국에 따른 송년모임 취소 등으로 홈파티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겨냥한 대형유통채널 할인행사도 함께 전개되는 모습이다.

◇정치 리스크 및 대내외 악재 지속
15일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계엄 및 탄핵정국 기간 방한의류 등 일부 품목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4~12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점퍼류 매출은 75%, 스웨터류 25%, 하의류 37%, 모자·장갑 27% 늘었다. 보온용 핫팩은 55%, 간식류인 초코바도 5% 증가했다.  

이는 앞서 3일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이래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전국적으로 거리집회가 매일 이어진 영향이 일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편의점을 중심으로 온장음료, 생수, 건전지 등의 판매도 급증했는데 이 또한 집회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탄핵정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까지 정치 리스크 여진이 남아있는 만큼 올 연말 대목 장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8년여 전인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 때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연말 대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던 2016년 12월 당시 소비심리지수는 94.1, 이듬해 1월 93.3, 2월 94.4, 3월 96.7이었다. 4월이 돼서야 101.2로 100을 넘어섰다. 소비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기대심리가 과거보다 낙관적, 반대의 경우는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함께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高(고)’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유통업황의 어려움은 큰 상황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8년여 전에는 탄핵국면으로 내수가 일시적으로 부진했던 건 맞지만 글로벌 경기는 지금보단 괜찮았고 대외 여건도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며 “현재는 대내외 악재들이 많다 보니 연말 선물 등 시즌 이슈가 무색하게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이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어느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어느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는 모습. [사진=박성은 기자]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이) 선진국 이미지를 훼손하고 국가신용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내수경기를 악화시키고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는 대한민국 경제에 물적·심리적 손상을 입히는 테러”라고 비판했다.

◇송년모임 취소 사례 잇달아…맥 빠지는 분위기
연말 송년 모임 등이 취소되는 사례들이 곳곳에 발생하면서 외식 및 숙박업계도 맥 빠지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일부 대형매장에서 이달 들어 연말 모임 예약취소 사례가 좀 늘어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호텔 관계자는 “일부 F&B 업장에서 주말 예약 취소 사례들이 발생했다”며 “크리스마스 및 연말 예약에는 아직 문제가 없지만 향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상공인 경기전망 긴급 실태조사(10~12일, 총 1630명 조사)’에 따르면 식음료업 종사자의 40.3%, 숙박업 54.4%는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응답했다. 방문객 추이에서도 식음료업 44.0%, 숙박업 58.7%는 이전보다 50%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다. 다가오는 연말에 대한 경기전망에 대해서는 식음료업 90.4%, 숙박업 89.1%가 ‘부정적’이라고 봤다.    

이처럼 고물가에 탄핵정국으로 집에서 송년을 보내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대형마트는 먹거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할인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이마트는 스테이크용 고기와 국물음식, 델리 등 연말 수요가 증가하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가격파격 선언’ 프로모션을 전개 중이다. 홈플러스는 마트·익스프레스·온라인 등 전 채널을 가동한 대규모 할인행사 ‘홈플대란’으로 식품 전 카테고리를 초특가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노르웨이 생연어를 연중 최저가로 내놓고 홈파티를 겨냥한 빅(Big) 사이즈 먹거리를 준비하는 등 할인행사에 돌입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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