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장 인사 마무리…회장·행장 '닮은꼴' 눈길
시중은행장 인사 마무리…회장·행장 '닮은꼴' 눈길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12.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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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이환주, 보험계열사 CEO 출신
함영주·이호성, 고졸신화·영업통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내정자,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내정자. (사진=각 은행)
(왼쪽부터)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내정자,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내정자. (사진=각 은행)

차기 시중은행장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최종 후보로 내정된 인사들과 금융지주 회장 사이 ‘닮은꼴’이 주목받고 있다. 연임에 성공한 행장은 물론, 신임 행장 내정자들의 경력·장점·행보가 금융지주 회장과 비슷한 전철을 밟은 까닭으로 풀이된다.

내년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 등 녹록지 않은 금융업 환경에 대비해 회장과 시너지를 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러닝메이트 행장을 배치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중 이날까지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차기 은행장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연임이 결정됐고, KB국민·하나·우리은행장은 새 인사로 교체됐다.

이 가운데 KB국민과 하나은행 차기 행장 후보자가 주목받는다. 이전까지 부행장 중 한 명이 행장으로 승진하던 관례를 깨고 다른 비은행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은행장으로 이동한 ‘깜짝 인사’기 때문이다.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에는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가 내정됐다. 이 후보가 남은 절차를 거쳐 행장 취임이 확정되면 KB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 CEO가 행장이 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신임 하나은행장 후보에는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선정됐다. 이호성 후보 역시 2015년 통합 하나은행 출범 이후 하나금융 내에서 처음으로 비은행 계열사 CEO가 행장이 되는 기록을 세운다.

두 후보는 현직 회장들과 닮은 점이 많다. 

이환주 후보는 KB국민은행에서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22년 KB생명으로 옮겨 푸르덴셜생명과 통합을 이뤄내 현 KB라이프생명 출범에 기여했다.

은행 출신으로 보험계열사 대표로 올라 활약했다는 점에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 비슷한 길을 걷는 모양새다. 양 회장 역시 은행 출신으로 지주 전략 담당 임원이던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했고, 직접 대표까지 맡아 KB손보를 핵심 계열사로 키워냈다.

이호성 후보는 ‘영업통’, ‘고졸신화’라는 점에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색깔이 닮았다. 이 후보는 1964년생으로 대구 중앙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등 국내 영업 부문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영업통이다.

함 회장 역시 1980년 강경상고 졸업 후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고, 2002년 합병으로 하나은행 소속이 됐다. 대구 출신인 이 후보가 영남영업그룹을 이끌며 실력을 인정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함 회장도 본인 출신 지역인 충청영업그룹에서 활약하며 영업의 달인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5대 은행장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전철을 착실히 밟는 모습이다.

정 행장은 이번 인사에서 임기 2년 재선임으로 차기 행장 후보에 추천됐다. 통상 연임 시 1년 추가 임기가 부여되는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중장기 관점 전략 기반 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1년 연장 관례를 깨고 2년 연임을 추천했다는 게 신한금융 설명이다.

진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 첫 임기 2년에 추가 임기 2년을 받아 4년 가까이 재임했는데 정 행장 임기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신임이 두텁고 큰 갈등 없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러닝메이트 인사가 행장에 선임되는 모습”이라며 “그룹 내 은행장 위치와 영향력을 봤을 때 앞으로 차기 회장 승계 구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