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화된 성장세·건전성 부담…내년 1월부터 공식 데뷔무대
우리카드는 만년 하위권 성적을 기록했지만,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체질개선과 반등에 주력한다.
그간 우리카드의 CEO는 부행장 출신이 선임된다는 관행이 있었지만, 이번 인사 발표로 그 관행은 깨졌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는 차기 우리카드 대표이사로 진성원 전 현대카드 본부장을 내정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성원 내정자는 1989년 삼성카드를 시작으로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등 카드업계에서만 30여년을 일한 카드업계 전문가다.
특히 그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카드 경영진단과 컨설팅을 진행한 바 있어 전문적인 분석을 기반한 경영 전략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진 내정자의 대표이사 추천은 우리카드 경영쇄신에 대한 임종률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천된 자회사 대표이사 중 외부인사는 진 내정자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자추위는 “2014년 우리카드 출범 이후 최근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계기)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전격 발탁했다”면서 “특히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문화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독자 결제망 구축으로 홀로서기 중인 우리카드의 업계 내 위상을 강화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7월부터 독자결제망을 출범하고 이 망을 사용하는 독자카드 회원과 독자가맹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독자결제망 성과는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40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1174억원) 대비 19.4% 증가한 규모다. 이번 실적 개선은 독자가맹점 사업이 견인했다.
다만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우리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신용카드이용실적은 5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만 증가했다.
실적 증가세 둔화와 할부기간 단기화에 따라 할부결제자산 규모는 줄었다. 9월말 영업자산 규모는 전년 말(16조1000억원) 대비 5.4% 감소한 1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현재 7개 주요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하나·롯데·우리) 중 실적 순위 6위에 머무른 상태다.
이렇다 보니, 진 내정자의 첫 번째 과제는 실적 반등이다. 우리카드의 둔화된 성장세를 살리는 동시에 독자결제망 사업의 속도감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 내년 한층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카드업황 현실도 진 내정자에게는 또 하나의 숙제다.
최근 카드수수료는 추가 인하됐다. 15회 연속 내려간 카드수수료로 인해 카드업계는 더 이상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보다 카드론 등 대출사업에 의존하는 상태다.
우리카드 또한 채무자 비중이 높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리볼빙 등 자산 건전성 저하 위험을 떠안고 있다.
카드론 위주 연체 채권이 증가하며 우리카드는 지난 9월 말 실질연체비율이 2.5%까지 상승해 업계 평균(1.7%)을 웃돈 상태다.
카드론 증가세가 지속하면서 개인 및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등 비카드대출부문의 건전성도 좋지 않다.
진 내정자가 어려운 업황을 돌파해 건전성을 지키며 우리카드를 업계 중상위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진 내정자는 월말 예정된 각 자회사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 후 내년 1월부터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