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 속 외환시장 안정화 총력
교룡득수(蛟龍得水, 전설의 고룡이 물을 만나다)의 해를 꿈꾸며 위기 속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던 금융권은 중동사태 등 글로벌 불확실성,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장기화 여파에 통화 긴축 기조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횡령·배임 등 굵직한 금융사고도 터졌다. 또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원회 수장은 교체됐고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시작되기도 했다. 2024년을 마무리하며 금융권을 관통한 화제의 인물 7인을 선정했다. <편집자주>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는 올해 3년 넘게 이어온 통화 긴축 기조를 끝내고 통화정책 완화를 선언했다.
장기간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했지만 둔화한 경제 성장과 내수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낮췄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10월11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낮췄다.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완화로 돌아섰다.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이에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사상 최장기간 금리 동결이 해제됐다.
이 총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달 열린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0.25%p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이로써 올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3.50%에서 3.00%로 0.50%p 내렸다.
이 총재가 오랜 기간 긴축 기조를 깨고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결정한 것은 경기·성장 부진 때문이었다.
금리 인하 시 가계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내수부진 영향으로 1분기보다 0.2% 하락해 1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안정화도 금리 인하에 힘을 보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다섯 달 연속 2%대를 나타냈고 9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석 달째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도 이를 두고 “물가 수준만 봤을 땐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해 미국과의 금리 역전 차가 좁혀져 한층 여유가 생긴 점도 작용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이유다.
우리나라와 미국 기준금리차는 오랜 기간 2.00%p를 유지했지만 최근 이 간격이 1.50%p로 좁혀졌다.
이 총재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비상 계엄·탄핵 정국 영향으로 1400원대를 돌파한 환율을 잡기 위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는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달 4일 미국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정치적 사태로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글로벌 가치 사슬 등 구조적 변화가 금리 결정에 있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