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어김없이 올해도 찾아와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베일에 싸여있는 그는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5년째 몰래 나타나 감동을 주고 있다.
29일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40분께 50대 안팎으로 짐작되는 한 남성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 남성은 통화에서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주민센터 인근 모세탁소 옆에 A4용지를 담는 상자에 돈을 놓고 간다. 다른 사람이 가져가기 전에 빨리 가져가 달라. 꼭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라는 말을 남긴 채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이 세탁소 옆 담벼락을 살펴보니 지폐 다발과 커다란 돼지저금통 등이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거기에는 5만원권·1만원권 지폐와 100원짜리 동전 등 모두 5030만4390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보다 100만원가량 많은 금액이다.
이는 작년에 놓고 간 4924만여원과 비슷한 액수고 응원의 글도 작년과 거의 같았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지난 14년간 찾아왔던 그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은 인물로 보고 있다.
그는 성탄절을 전후해서 해마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지금까지 모두 4억원이 넘는 거액을 기부했다.
그러나 이 '얼굴 없는 천사'는 이번에도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신원은 여전히 안갯속에 남았다.
주민센터는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10만원씩 나눠줄 계획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거액을 내놓는 '얼굴없는 천사'의 영향으로 전주에는 익명으로 남을 돕고자 하는 숨은 선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남몰래 좋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뜻인 만큼 앞으로도 지나친 관심이나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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