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高스펙 치중' 문화 잘못 설계돼… 정치권 신뢰 높여야"
김창인 "윤정부, 청년 삶 구조적 해결 방안 내는 부분 부족해"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은 어느 때보다 새로운 정치와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은 신인류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 인재를 영입하고,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청년 정치는 여전히 미미하고 열악하다. 정치권의 높은 장벽과 패거리 문화는 청년정치인들에게 ‘줄서기’ ‘들러리’를 강요하고 있다. 현실적인 자금 문제나 신인보다 현역에게 유리한 공천룰도 이들의 국회 진입을 막는 최대 장애물이다. 20살 청년이 된 신아일보가 '90년대생 정치인'인 국민의힘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청년정의당 김창인 대표를 만나 22대 총선을 향한 각오와 ‘젊은 국회’를 위해 바뀌어야 할 현실과 문제는 무엇인지 대안을 들어봤다.
[일시 및 장소] 2023년 5월 19일. 서울 여의도 카페 ‘Hows’
[참석자(가나다순)]
△김용태 국민의힘 전 청년최고위원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회·정리=강민정 신아일보 정치부 기자 △영상촬영·편집=진현우 신아일보 정치부 기자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논란'을 보면서 많은 2030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보는지?
전용기: 김남국 의원이 코인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청년 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기 보다는, 소위 '가난 코스프레'라고 하죠. (김 의원) 본인은 '아니다. 나는 정말로 검소하게 살았다'고 말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코인으로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제2의 조국 사태'라고 불린다고 봐요. 분명히 문제되는 지점이 있다는 것에는 공감해요.
김용태: 덧붙여 말하면, 첫 번째로는 '가난 코스프레'를 한 것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초반에 말했던 것처럼 지금 젊은 세대는 내 집 마련하기도 어렵고, 평생 돈을 벌어도 먹고살기 어려운 세대죠. 부모 세대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요.
젊은 세대에게 코인이 갖는 의미가 있었어요. 한 번에 투자해서 한 번에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지금은 젊은 세대가 재테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죠. 주식도, 미국 주식도 해 보다가 결과적으로 하다 하다 안 되니 코인으로 가는 '한탕주의' 문화가 형성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투자로 빚을 많이 지게 되는 사회적 문제까지 대두된 상황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코인이)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을 풍긴 거잖아요. '주식 매각 대금으로 샀다'고 해명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며 젊은 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것 아닐까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잖아요. 공직자라면 가상화폐의 문제점이나 젊은 층이 잘못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개선하려는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는데, 사회적 문제가 대두됐음에도 이것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재산 증식을 위해 투자하고, 방조해 온 거죠. 많은 국민께서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심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결국 (김 의원이) 돈을 버는 과정에서 2030 누군가의 돈이 빨려 들어간 것 아니예요. 이런 전반적인 상황 속에서 젊은 층은 '우리는 영끌해 가면서 (투자)했는데 그 돈이 결국 김남국에게 갔구나.'(라고 생각하겠죠.)
전용기: 그렇게 까지는 (웃음).
김용태: 전반적으로 공직자가 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가상화폐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데 그렇지 않고 (시류에) 동조하고, 탑승했던 것에 대해 박탈감을 느낀다고 봐요.
전용기: '김남국이 2030의 돈을 끌어갔다', 이건 너무 간 것 같은데요. 공직자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돈을 벌어들인 것, 상임위장에서 (코인)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돼요. '비트코인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약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NFT가 4차산업의 마중물인 것처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고, 가상자산·암호화폐를 언제 제도화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었잖아요. 지금 윤리적인 문제가 터졌기 때문에 마치 그 사업이 잘못된 것처럼 (인식이) 바뀌어가는 모습이 걱정돼요. (김남국 의원 논란과 사업 자체를) 나눠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남국 의원 건은 분명히 공직자로서의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내부 정보를 통해서 산 것 아니냐'는 혹시 모를 의혹 등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로 봐야 해요. 가상자산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이 사건이 변질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김창인: 조국 사태에 이은 남국 사태다(웃음). 완전 판박이에요. 초반부에 '법을 어기지 않았으니까 괜찮다', 이런 말을 하는데 핵심은 그게 아니죠. 조국 사태도 유죄 판결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사실 초기에는 법망을 교묘히 회피해 가면서 입시 불평등과 교육 불평등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잖아요. 이런 위선과 기만에 대해 대중이 분노했다고 생각해요. 김남국 코인 사태도 법을 어기지 않았을지라도 법망을 교묘히 회피해 나가며 자산 불평등을 강화하는 요인이 됐죠. 이런 부분에 분노하는 거예요.
김 의원은 본인의 정체성 가운데 '조국 수호'가 굉장히 강한 분인데, 이 지점이 연결되면서 그 상징성까지 갖게 된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대중은 이런 부분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고,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져 왔던 민주당을 향한 내로남불 정치라는 비판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봐요. 그리고 (김 의원) 본인이 이상한 방식으로 해명해요. 일을 점점 키워요. 근 3주간 거의 모든 뉴스의 주인공인데, 이것도 재주라고 생각해요. 대응을 이런 방식으로 해 나가는 것이 적절한가. 오히려 대응이 더욱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봐요.
전용기: 제2의 조국 사태라는 것은 변질된 형태로 흘러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김 의원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청년들이 가장 실망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용기: 야당이니까 편하게 말할게요. 윤석열 정부가 제일 잘못한 것은 이준석 전 대표를 (당에서) 내보낸 겁니다. (정권을) 그렇게 시작했는데 어떻게 청년하고 같이 가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있을까요. 사실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킨 1등 공신은 '양두구육'을 잘 한 이 전 대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자마자 이 전 대표부터 날리는 모습 보면서 '야, 이것을 청년들이 어떻게 바라보겠나'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 본인이 '30대 장관 나오는 것 보고 싶지 않나. 나는 다 바꿀 수 있다'는 식으로 선언했지만 지금 장·차관 전부 60대, 서울대 출신인 사람들만 포진해 있잖아요. 이런 것부터 본인이 이야기했던 것을 모두 다 뒤집는 형태로 갔다고 봐요.
사실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청년 정책에는 어느 정도의 선심성 정책이 있어요. 왜냐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청년들이 희망을 갖고 움직이려면 선심성 정책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조차 불공정이라는 이미지를 씌워 하나하나 다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대 정부 모두와 비교하더라도 청년 정책에 소모하는 비용이 굉장히 많이 줄었다는 통계를 언론을 통해서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청년들이) '우리를 등한시 여기는구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20대, 30대 지지율이 빠지는 거죠.
(윤석열 정부가) 첫 번째 키워드로 삼은 게 공정이었는데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모습들을 정부에서 보이고 있어요. 제일 대표적인 게 69시간제 노동이라고 봐요.
김창인: 윤석열 대통령은 전통적인 맥락에서의 보수 정당 출신 정치인이 아니잖아요. 청년 세대가 그에 대해서 기대하는 게 있었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국민의힘 계열 정치와는 다른 형태, 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의미에서의 보수 정치를 기대한 측면이 있었는데 막상 임기를 시작하고 나니 이전의 국민의힘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저도 대표적인 게 69시간제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에는 시장만능주이나 대기업 편이라는 측면이 기존의 보수 정치와 똑같았기 때문에 (이전 정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이제 깨달아버린 것 아닐까요.
전용기: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보다) 더 심하죠. 이전의 보수 정치인들보다 더 심한 극우 정치인 같은 느낌이에요.
김용태: 제 생각에는 국민께서 '지금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권에서 잘못했던 부분을 답습하는 것 아닌가',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께서 대선 전에 '열 가지 중에 아홉 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뜻이 같으면 다함께 힘을 모아서 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말에 많은 이들이 동조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이 전 대표를 내치면서 2030 지지층을 내치는 측면이 있었고, 안철수 당시 대통령 후보와도 '공동정부로 가겠다'고 했었는데 대선 이후 전당대회 때 사실상 적으로 규정하면서 안 후보 지지층과의 갈등도 있었죠.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고요. 이런 것을 보면서 과거 정부에서 비판받았던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를 (윤석열 정부에서) 답습하고 있다는 실망감이 청년 세대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소통에 대한 부분인데요. 윤 대통령은 정치를 전문적으로 하셨던 분이 아니잖아요. 검사 출신이어서 정치를 잘 못할 수도 있음에도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것은 공정하고,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었죠. (윤 대통령이) 잘 못할 수도, 실수할 수도 있어요. 이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인정한 뒤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것을 원한 것 같은데, 지금 지난 1년간 보면 사실 '나 잘못한 건 없다'(고 해요.) 예를 들면 미국 순방 과정에서 있었던 (바이든-날리면) 해프닝도 인정하고 사과하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여당 인사들이 강력하게 '잘못 해석한 것이다', '왜곡 해석한 것이다', '내 발언의 취지는 그런 것이 아니다' 등 발언을 해 젊은 세대가 '결국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것이 없었던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난 1년간 한 것 같아요. 남은 4년간 개선해 나가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30세대에게는 선심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전용기: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무언가 지원해 주는 정책보다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넓혀줄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선심성 정책, 이를 테면 기득권이 보기에는 선심성 정책이지만 청년 세대에게는 어느 정도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은 있을 수 있죠.
저는 (여야가 낸) '천원의 아침밥'에 동의하지 않아요. 여야가 '우리가 먼저 했다', '누가 먼저 했다'고 싸우고 있는데, 천원의 아침밥이 도대체 어디에서 환영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였어요. (청년 세대에게) 천원의 아침밥보다 더 공감대가 가는 '천원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것보다 다른 맥락에서 접근하는 게 더 좋았을 텐데, (청년들이) 청년 정책을 진짜 선심성 정책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이해했기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다 밀었던 거죠. 그런 지점에서 지금 (청년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봐요.
김용태: 물론 기회를 젊은 층에게 준다는 관점을 전제한다면 이제 (앞으로 더욱) 확대해 나가야해요.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가 정치에 참여하려는 청년들에게 혜택을 줬던 것도 있죠. 예를 들면 각 부처의 청년 보좌역을 신설해 이제 정치를, 공직 생활을 경험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준 거예요. 물론 대통령께서 공약했던 30대, 40대 장관은 앞으로 4년 동안 어떻게 할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보좌역 경험을 통해서 젊은 분들이 공직 생활이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김창인: '천원의 아침밥', 못할 것 없죠. 확대돼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다만 천원의 아침밥이 지금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의 우선순위에 있는 핵심인지, 혹은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냐고 했을 때는 물음표가 있어요. 결국 정치는 '아침밥 먹고 그다음부터는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윤석열 정권에게는 그런 측면에서의 정치가 없죠. 그러면 천원의 아침밥 먹고 난 다음 일주일 동안 69시간 일하면 되는 걸까요? 당연히 이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죠. (윤석열 정부는) 청년들의 삶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답을 내야 되는데 그런 측면들이 많이 부족해요.
이것을 대통령이 혼자 다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지원 체계, 생태계, 조직 구성 등을 만들어가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기도 한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그동안 있었던 일종의 청년 운동이라고 불리는 여러 가지 시민사회 움직임은 무력화시키려 하면서 이제 '아침밥만 1000원'이라고 했을 때 청년 세대 입장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죠.
─그렇다면 지금 청년 세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용태: 제가 직면한 나이가 34세예요. 친구들이나 내 또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내 집 마련이죠. 결혼을 하기 위해 수반되는 그런 것들이 사실상 (마련하기) 어렵잖아요. 내 집 마련, 아니면 내가 살 공간(의 마련),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되면 어떻게 키울지 같은 출산과 보육의 문제. 특히 내 또래 여성들은 출산 후 경력 단절 문제가 관심사인 것 같아요.
김창인: 일단 영역으로 따지면 주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청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사업 같은 것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예를 들어 일자리 문제를 질문하면 한 100명 중에 반드시 '내가 취업이 안 되는 것은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어떤 주제든 (이런 사람이) 있는데, 주거 문제에 한해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이유는 내가 부족해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더라고요. '이것은 사회 문제다'고 모두가, 100%가 이야기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들 알다시피 이제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청년 주거의 영역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전체 주거·부동산 영역으로 볼 것이냐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떠나서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최우선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있어요. 이제 (청년 세대 안에서) 정치 혐오 정서가 워낙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신뢰를 주는 행동이나 정치를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전용기: 비슷한 맥락인데요, '무엇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 이전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죠. 사실 청년 문제는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해법을 말하기가 어려워요. 문화적 측면에서도 청년에게 어려움을,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구조가 있다고 보거든요. 예를 들어서 30년 전만 해도 대학만 졸업해도 취업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돈 벌어서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자연스럽게 결혼하는 풍토였는데 지금은 대학 졸업하면 자격증 따야 하고, 토익 시험 치러야 해요. 국민의힘에서 토익 점수 유지 기간을 1년에서 5년 정도로 늘려야 한다는 정책을 냈던데, 이런 것은 오히려 (청년 세대에게) 도움이 된다고 봐요.
저는 사실 토익 같은 시험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왜냐하면 토익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직군에서도 (응시생의) 토익 점수를 보더라고요. '왜 토익 점수를 보느냐'고 물으면 '토익 공부를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했느냐 하는 척도로 본다'는 거예요. 이 문화 자체가 청년들한테 고(高)스펙을 요구해요. 어떻게든 이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 연애, 육아, 결혼 전부를 포기하고 내 스펙에 치중해야 되는 이 문화 자체가 애초에 잘못 설계돼 있는 거죠.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신뢰를 먼저 올려야 된다는 데 공감해요.
김용태: 말을 듣다 보니까 갑자기 재밌는 일화가 생각났는데요. 지난 월요일(5월15일) 독일의 기민당 지방의원들하고 간담회를 가졌는데, 독일 기민당 의원들이 '한국의 대학 진학률, 특히 서울은 90%가 넘는다고 들었다. 그런데 대학을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한국에서 누가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꼭 대학을 가야만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한국의 교육열로 인해서 (만들어진) 비효율적인 구조 아니냐,는 질문을 했어요. 전 의원이 한 말의 연장선이죠. 한국의 어떤 복합적인 문화인 것 같아요. 결국에는 정치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겠죠.
전용기: (사회에) 잘못 안착된 시스템이 결국에는 우리를 사지로 내모는 거예요. 출생률 하락은 당연하다고 보거든요. 구조를 이렇게 만들어 놨는데 어떻게 출생률이 올라갈 수 있겠어요. (스펙 외에는)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청년 세대에게) '너희 왜 포기하냐, 우리는 해봤는데 그래도 해야 된다. 다 그렇게 시작한다'는 '라떼(나 때는 말이야) 마인드'로 접근하는데 무엇이 바뀔까요.
─정치권에서도 아직 '라떼 마인드'는 만연한데, 청년 정치인으로서 '여기서는 내가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김용태: 민주주의는 다원성을 바탕으로 해요. 각 정당이 내세우는 정책 안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해야 한다는 예쁜 말들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각 정당에서 젊은 청년이 당을 위한 쓴소리나 목소리를 내면 내부 총질이라고 폄하나 비판, 조리돌림을 받죠.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지도부에게도, 저에게도 그랬어요. 지금 민주당에서는 (가상화폐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을 향해서 젊은 (당 소속)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 민주당 극렬 지지자가 '국민의힘 가라. 왜 국민의힘을 공격하지 않고 민주당 내부를 공격하느냐', 이런 논리를 펴지 않잖아요. 우리도 똑같이 공격받았죠. 국민의힘에서도 '자정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 '민주당 가라. 왜 민주당을 공격하지 않고 국민의힘을 언론에 이야기하냐' 이런 논리예요.
정당 문화가 그런 특수성이 있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이 다 공통점을 겪지 않나 싶어요. '나 때는 말이야, 나 때는 정당의 치부나 잘못된 것이 있어도 안고 갔어' 이런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전용기: 국회에서 이야기를 해 보면 애초에 공감대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왜 세대 대표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지금 (국회 안에) 한국 나이로 30대인 젊은 의원이 5~6명 정도 있고, 그중 민주당에 한 3명 정도 있는데 굉장히 부족하다고 느껴요. (기성세대는) 제가 '이 법안은 청년들한테 정말 필요한 것이다'고 이야기를 해도 공감을 못해요.
예를 들어 제가 '군인재해보상법'을 발의했는데, 이것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법이예요. '군대에서 복무하다가 다쳤을 때에는 당연히 군대에서 보상을 해 주는 게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인재해보상법을 개정을 해서 군대에서 다친 사람의 보상 체계를 만들어주자'는 굉장히 상식적인 이야기죠. 그런데 국회나 정부는 '법을 이렇게 해놓으면 다 보상해 줘야 된다' 하고, '예비비를 1000억원가량을 보유해 놔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해요. 우리는 과도한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데. 군대에서 다쳤을 때 군대에서 책임을,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거죠.
다들 알다시피 얼마 전에 크레모아 격발 사고가 일어났어요. (군인이) 크레모아를 연습하다가 손가락이 날아갔는데, 손가락이 한 마디 보다 덜 잘려서 한 푼의 보상도 못 받았습니다. 정형외과 기준으로는 한 마디 이상 잘려야 후유장애가 심한 등급으로 분류되고 한 마디 보다 덜 잘리면 해당 안 된대요. 손가락이 잘렸는데 국가에서 '너는 한 마디 보다 덜 잘렸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사회죠.
청년 세대 시각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토대로 법을 개정한다거나, 어떤 주장을 펼쳤을 때 기성세대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충분히 존재해요. 그때 청년 정치인들 10명, 20명, 30명 있어서 공론화를 해서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면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세대 공감성 때문에 청년 정치인도 많이 양성 돼야 하고, 청년 세대가 정치에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게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창인: 저는 그들을 선배 세대라고 표현하는데요. 이들은 진보 정당을 만들어오면서 지금까지 계속 (활동)해왔던 분들인데, 그 20여 년 동안 사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대부분 했다고 생각해요. A라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이렇게 하면 되고, 이럴 때는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것이 이미 그들의 경험치 안에 다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선택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경향성을 가져요.
오히려 청년 세대가 이제 뭔가 다른 선택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어차피 그렇게 해도 안 돼'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경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그들의 경험치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차원의 고민들이 지금 갖고 있는 자원이나 지지 기반들 이런 것들을 유지하기 위한 관성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죠. 이것을 넘어서는 뭔가 새로운 도전이나 목소리들이 청년 정치인들의 역할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정의당은 최근 재창당 관련된 논의가 한창인데요, 크게는 신당파, 자강파로 나뉘어서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지금까지 만들어 온 진보 정치의 역사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더 잘 계승하고 더 성장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많은 선배 세대들이 이런 주장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서로가 가진 차이가 아닐까, 이런 고민이 있어요.
─현재 청년 아젠다를 주도하는 정당이 있는가?
전용기: 없어요. 다 똑같아요.(웃음)
김용태: 청년 아젠다 뿐만 아니라 아젠다를 던지는 정당이 없는 것 같은데...
전용기: 정치권의 접근 자체가 잘못됐어요. 청년에게 도움 되는 것은 실제로 내 미래를 볼 수 있게끔 하는 것, 지금 내 삶을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끔 하는 정책이에요. '뭐 해주면 얘네가 우리를 찍어줄까' 이렇게 고민하는 순간 망가진다고 봐요. 지금 세 당 다 그렇게 접근하고 있어서 지금 다 비슷하다고 봐요.
김창인: 청년 정치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 자체가 실종된 상황이죠. 냉정하게 얘기하면 유권자들이 국민의 힘을 찍은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찍지 않은 거예요. 서로를 찍지 않기 위한 투표가 지금 우리의 정치의 실체고, 지금 정치인들이 계속 그것을 유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지점들을 넘어서는 것이 정치의 영역인데 지금 없는 상태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 커요. 사실 진영 논리를 떠나서 같이 무언가를 해나가는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보여줄 수 있느냐,고 했을 때 그에 대한 희망이 없어요.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진영밖에 남지 않아 진영을 기준으로 투표를 할 수밖에 없겠죠. 그게 책임감 있는 정치의 모습은 아니잖아요.
김용태: 어느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 구조가 되게 비토크라시(vetocracy)가 만연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예요. 국민이 대통령 후보를 뽑았으니 대통령이 국정과제와 공약을 추진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늘 국회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던 것 같아요.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죠. 국회가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건강한 비판을 하고 대안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추진한다고 하면 그냥 반대부터 하고 보는 거예요. 그러한 문화가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정치에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아젠다를 던지고 뭔가 주도하는 정치에서 좀 멀어져 가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건 정치 구조의 문제죠.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