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기쁜 소식 못 드려 안타까워”…박형준 “도전 계속할 것”
대한민국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큰 표차로 뒤져 ‘오일머니 파워’의 벽을 실감했다.
부산은 2035년 세계박람회 재도전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부산은 28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의 ‘팔레 데 콩코드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165표 중 29표를 받는데 그쳐 탈락했다.
리야드는 119표를 얻으면서 투표 회원국 중 3분의 2인 110표 이상을 획득해 결선 투표 없이 여유롭게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3위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얻었다.
정부는 투표 직전까지 내비친 역전 기대감과는 달리 예상보다 훨씬 큰 표 차이로 패하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결과 발표 직후 회견에서 “국민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원과 성원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민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BIE 실사단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며 한마음으로 노력해왔다”면서 “부산 시민들의 꿈이 무산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사우디보다 엑스포 유치전에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는 당초 열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정부·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회원국을 일일이 접촉해 설득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박빙 판세까지 추격했다는 자체 판단을 해왔다. 투표일인 이날까지도 결선에 진출해 이탈리아 지지표와 사우디 이탈표를 흡수하면 대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부산엑스포 유치 위원회를 이끌어온 인사들과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나승연 부산엑스포 홍보대사까지 총 5명이 나서 부산의 비전과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선발 주자인 사우디의 벽은 높았다.
우리나라는 사우디처럼 종교나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기본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표가 적은데다, 사우디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일찌감치 회원국들을 포섭해 뒤집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을 지지해준 회원국에 감사를 표하고, 유치과정에서 약속한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치전 과정에서 쌓은 외교 네트워크도 국가 자산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2035년 엑스포 유치에 다시 한번 나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