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구단 "극도로 실망했다"… WBC 대표 출전에 영향 미칠 듯
KBO리그 타자 출신 첫 메이저리그 직행 이후 승승장구하던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 붙잡힌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년 시즌 준비에까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강정호는 2일 오전 2시48분께 혈중알코올농도 0.084%인 상태로 숙소인 서울 삼성동 G호텔로 향하던 중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그는 동승했던 지인에게 음주 사고를 떠넘기고 자신은 숙소 안으로 들어가버린 사실까지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동승한 지인은 자신이 운전자라고 진술했으나,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강정호가 운전자였음을 파악했다.
이에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오전 5시30분께 강정호를 불러 1시간30분가량 1차 조사를 한 뒤 돌려보냈다.
경찰 조사에서 강정호는 음주운전 혐의 사실을 인정했고, 인근 지인 집에서 술을 마신 뒤 숙소로 돌아가다 사고를 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측 차량에 흠집이 나고 국가시설물이 파손되는 피해가 났을 뿐 사상자는 없다"면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014년까지 넥센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강정호는 한국 야수 최초로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2015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계약, 빅리그에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진출한 첫해 강정호는 126경기에서 타율 0.287에 홈런 15개, 58타점으로 내셔널리그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시즌 막판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해 긴 시간을 재활에 쏟았지만 강정호의 기량은 여전했다.
올해 강정호는 103경기에만 출전하면서도 홈런 21개로 확실하게 메이저리그 주전선수로 발판을 다졌다.
하지만 올해 벌써 두 번째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강정호의 야구인생에도 먹구름이 끼게 됐다.
강정호는 지난 5월 시카고 원정 도중 호텔에서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은 강정호가 자신에게 술을 먹인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신고했고 결국 현지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강정호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피츠버그 구단 역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경기에 출전시켰다. 하지만 수사는 아직 종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강정호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과 연락이 닿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강정호의 사건·사고는 내년 시즌 준비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아직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구단 차원의 징계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른바 '보호 관찰' 기간에 고국으로 돌아가 형사 사고를 낸 강정호는 어떤 식으로든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가 속해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르치 구단 측은 이날 프랭크 쿠넬리 사장 명의로 성명을 통해 "강정호의 행동과 그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쿠넬리 사장은 "음주운전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지를 잘 알고 있다"며 "다행히도 우리가 이해한 바로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추가 사실을 수집하고 선수와 대화를 한 뒤 추가로 입장을 내놓겠다"고 했다.
강정호의 이번 사고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KBO 기술위원회는 여론을 고려해 해외 원정도박 적발 이후 리그 징계를 소화하지 못한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대표 명단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미 대표팀에 승선했던 강정호라도 태극마크가 갖는 의미를 고려했을 때 교체가 유력하다는 게 아구계의 중론이다.
[신아일보] 박정식 기자 js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