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로 '친환경·에너지' 낙점…중동·유럽 등서 해외 프로젝트 활발
건설 경기 위축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자금경색 우려 등 여러 악재가 건설사들을 옥죄고 있다. 여기에 꼬리를 무는 사건, 사고는 완전한 건설 안전을 확보하라는 거센 요구를 만들어 냈다. 전례 없던 위기감과 부담감에 에워싸인 건설사들은 과연 어떤 내일을 맞게 될까? 각 회사 CEO의 경영 전략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승부수를 띄웠다. 국내외 경기 악화와 이에 따른 주택사업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선도 의지를 표출했다. 전에 없던 획기적 평면과 구조를 내놓고 '래미안'을 절대적 1위 주택브랜드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 삼성물산 건설의 미래를 책임질 양대 산맥으로 '친환경'과 '에너지'를 낙점하고 중동과 유럽 등 해외에서 활발히 새 길을 뚫고 있다.
19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따르면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삼성물산의 건설사업을 이끌고 있다.
오 사장은 1985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에서 해외 경력을 쌓았고 2015년에는 플랜트사업부장을 지냈다. 사장 취임 후에는 주택 사업을 강화하고 친환경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 주택 시장 향한 완전한 태세 전환
오세철 사장은 취임 후 삼성물산 주택 브랜드 '래미안'의 가치를 높여 브랜드 초격차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1년 14년 만에 래미안 BI(브랜드 이미지)를 새로 단장했다. '고객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새로운 지향점으로 삼고 브랜드 고유 3선과 색상을 유지하면서 한자표기 '來美安'을 영문 표기 'RAEMIAN'으로 변경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브랜드 새 단장을 통해 개인 맞춤형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최신 유행 생활 양식을 제안하고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고객 일상생활 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계속된 금리 인상과 국내외 경기 악화로 주택사업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 높은 가운데 그간 주택업계에서 볼 수 없던 획기적 평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8월 집 내부 수직 기둥에 수평 보재 '보'를 추가한 라멘 구조를 기본으로 하되 내부에 기둥을 없애 공간을 넓게 확보할 수 있는 평면 '넥스트 라멘 구조'를 제안했다.
넥스트 라멘 구조 발표 당시 김명석 삼성물산 주택본부장 부사장은 "그간 사업성을 기반으로 정비사업 수주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며 "이번 넥스트 라멘 구조를 통해 서울 등 주요 정비사업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새 단장과 새 평면 제시를 통해 삼성물산은 정비사업장에서 입지를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2015년 서울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GS건설에 시공권을 내준 후 한동안 정비사업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에 삼성물산이 정비사업장에서 철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2020년 4월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하며 5년 만에 서울 정비사업장에 복귀했고 대림산업(현 DL이앤씨), 호반건설과 경쟁한 끝에 시공권을 확보했다. 같은 해 5월에는 8087억원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을 수주하며 '래미안'의 귀환을 알렸다.
2021년에는 도곡삼호 재건축과 고덕아남 리모델링 등 9117억원 규모 정비사업 일감을 수주했고 작년에는 이촌코오롱 리모델링과 방배6 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에서 1조8686억원 수주고를 채우며 차차 일감을 쌓아갔다. 올해는 현재까지 1조4130억원 규모 정비사업 일감을 따냈다.
◇ 해외 중심 신사업 공략 박차
삼성물산은 주택 외 신사업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 먹거리로 친환경·에너지 분야를 낙점하고 해외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카타르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내년 준공 목표로 조성하고 있다. 축구장 1400개 크기 부지에 발전 용량 875MW 규모 발전소를 짓는다.
지난 6월에는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미국 기업들과 도이세슈티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사업 인허가와 EPC(설계·조달·시공) 수행 등에 협력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유럽 SMR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2025년까지 2조원 규모 친환경 사업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태양광과 수소, SMR, 배터리 재활용 등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차별화된 신기술을 더해 재생 에너지와 청정 수소 사업, SMR 사업을 선도 중"이라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그린 에너지 솔루션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