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솔루션 크리에이터' 목표로 SMR·해상풍력으로 보폭 넓혀
건설 경기 위축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자금경색 우려 등 여러 악재가 건설사들을 옥죄고 있다. 여기에 꼬리를 무는 사건, 사고는 완전한 건설 안전을 확보하라는 거센 요구를 만들어 냈다. 전례 없던 위기감과 부담감에 에워싸인 건설사들은 과연 어떤 내일을 맞게 될까? 각 회사 CEO의 경영 전략을 통해 그 해답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토탈 솔루션 크리에이터'로의 도약을 외치며 현대건설 외형 성장을 이끈 윤영준 사장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간 키워온 해외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사우디 아미랄·자프라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을 잇따라 확보한 데 이어 네옴시티에서 새 기회를 찾고 있다. 또 SMR과 해상풍력 등으로 보폭을 넓히며 새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26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 2020년 12월부터 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윤 사장은 재경본부 사업관리실장과 공사지원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 건설 전 분야로 가치사슬 확장
윤영준 사장은 지속 가능 보고서를 통해 미래 현대건설 구상으로 '토탈 솔루션 크리에이터'를 제시한 바 있다. 핵심 분야인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투자와 기획, 설계, 시공, 운영까지 건설 전 분야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장한다는 포부다.
이런 기조하에 현대건설은 윤 사장 취임 후인 2021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꾸준히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6.4%와 37.2%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건설경기 둔화와 건자잿값 인상 등 영향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3.7% 감소했지만 매출은 17.6% 증가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작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37.3%와 28.4%씩 뛰었다.
신규 수주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올해 주춤하지만 2021년과 2022년 코로나19 기간 국내 주택 부문에서 일감을 쓸어 담으며 전년 대비 각각 11.5%와 17% 증가했다. 올해는 1년 전보다 10.7% 새 일감이 줄었지만 2014년(연 19조9753억원) 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인 해외 수주(3분기 누적 12조6260억원)로 감소분을 메꾸고 있다.
◇ 해외 건설 강자의 저력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1966년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해외 건설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 1444억7200만달러(약 194조7300억원)를 거둬들였다.
2013년 전체 신규 수주와 매출에서 각각 79.2%와 64.4%씩 비중을 차지하며 회사 기둥 역할을 한 해외 부문은 국내기업 간 저가 출혈 경쟁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쪼그라들었다. 신규 수주 비중은 지난해 20.1%, 매출 비중은 2021년 34.3%까지 내려앉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국내 건설경기 침체 영향에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그 결과 50억달러 규모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 25억달러 규모 '사우디 자프라 가스처리시설 2단계 프로젝트'(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 등 굵직한 사업을 따냈다. 최근에는 총사업비 5000억달러 규모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 추가 수주 기회를 노리고 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주택 매출 감익에도 불구하고 해외 매출 성장과 매출 믹스(구성) 개선에 따라 이익은 우상향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사우디 네옴시티와 관련한 수의계약이 내년 상반기에 기대되고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프로젝트 및 네옴 관련 수주 모멘텀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대세는 친환경·에너지
현대건설은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해체, 해상풍력발전 등 친환경·에너지사업 및 전력중개거래사업 등으로 점차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국 홀텍과는 SMR, 원전 해체, 사용 후 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 중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SMR을 통한 에너지 인프라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해상풍력발전에서는 보유 중인 국내 최초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인 1만4000t급 '현대프론티어호'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한다. 올해 6월 첫발을 뗀 전력중개거래도 '인천남동산업단지 에너지자급자족사업'을 시작으로 주요 산단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후 위기 대응과 사업환경 변화에 발맞춰 글로벌 유수 기술업체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SMR을 비롯해 해상풍력, 전력중개거래 등 탄소중립 선도를 위한 에너지전환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는 해외, 사업 분야로는 원자력, 해상풍력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주 흐름이 상당히 양호한 가운데 해상풍력, 원전(SMR·해체), 에너지거래플랫폼사업 등 신규 먹거리 확보에도 적극적"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건설사 전반에 깔린 만성적 저평가 해소 및 중장기 성장 기대가 커진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