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6년간 1억1300만 달러 계약 맺어…한국인 포스팅 ‘최고액’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이정후(25)가 공식적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입성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초대형 계약을 한 이정후는 첫 행사에서 소속팀의 유니폼을 입고 자신을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라고 영어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파크에서 이정후의 입단식을 열었다.
한국프로야구 키움의 영웅이었던 이정후는 구단 관계자와 현지 취재진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의 거인이 되는 의식을 치렀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넥타이를 매고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헬로 자이언츠, 마이 네임 이즈 이정후(안녕하십니까, 이정후입니다)”라고 영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나는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다. 나를 영입해준 샌프란시스코 구단주 가족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에 고맙다. 아버지와 어머니께도 감사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뤄 기쁘다. 나는 이곳에 이기기 위해 왔다. 레츠 고 자이언츠”라고 자신의 소개를 이어갔다.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은 이정후의 아버지가 현역 시절 ‘바람의 아들’로 불린 유명 프로야구 선수 이종범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붙여졌다.
이날 입단식에는 이종범 전 LG 코치와 어머니 정연희 씨도 입단식에 참석해 상기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봤다. 사회자가 이정후의 부모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장으로부터 ‘SF’가 교차한 모자와 유니폼을 건네받았다. 유니폼에는 이정후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달았던 51번이 박혀 있었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는 KBO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으로 우리는 오랫동안 그의 성장을 지켜봐 왔다”며 “그는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훌륭한 활약을 했고 우리는 이번에 그를 스카우트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의 계약은 지난 13일 현지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그리고 구단은 14일 계약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구단은 이정후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6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2027시즌이 끝난 뒤엔 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을 파기하고 프리에이전트(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이 포함됐다.
이정후는 계약금으로 500만 달러(약 65억원)을 받는다. 또 빅리그 첫 시즌(2024년) 연봉은 700만 달러(약 91억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08억원)이다. 2026, 2027년엔 각각 2200만 달러(287억원)이 책정됐다.
이정후가 옵트아웃을 실행하지 않으면 2028년과 2029년에는 각각 2050만 달러(약 267억원)을 받는다.
이정후는 포스팅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최고액 기록을 경신했다.
류현진은 2013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6년간 3600만 달러(연평균 600만 달러)에 계약하며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종전 한국 선수 최대 규모 포스팅 계약이었다.
타자 중에서는 이정후의 절친한 선배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21년 샌디에이고와 한 4년 2800만 달러(연평균 700만 달러) 계약이 최대 규모였다. 연평균 보장액은 김하성이 류현진보다 높다.
한편, 이정후는 현역 한국 최고 타자다. 2017년 프로 생활을 시작해 올해까지 88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6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98을 기록했다. KBO리그 300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중 최고 타율을 찍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 현지 언론은 이정후를 ‘2024년 샌프란시스코 톱타자이자 중견수;로 꼽았다.
구단은 이정후에게 ‘평균 이상의 출루율과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