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오는 10월 15일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를 앞두고 이용자 모시기에 혈안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가입했던 상품의 매도 없이 타 금융기관으로 계좌 이동이 가능해 '머니무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94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382조4000억원 대비 11조9000억원(3.11%)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은행권이 약 전체의 절반(207조2000억원, 52.52%)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을 금융투자사(94조1000억원, 23.87%)와 보험사(93조원, 23.59%)가 차지하고 있다.
다만 수익률 측면에선 달랐다. 은행의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4.87%로 증권사(7.11%)보다 낮았다.
증권의 양호한 수익률에 증권 적립금 증가율도 지난해 대비 18.8% 증가했으며, 이는 은행(15.5%)보다 높았다.
이에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되면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권은 투자자 유치 또는 모시기에 혈안이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는 확정급여형(DC형) 퇴직연금과 기업형 IRP에서 운용 중이던 투자 상품을 매각하지 않고 현물 그대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금융회사로 퇴직연금을 이전할 경우, 금융회사별로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현재 투자한 상품을 모두 현금화한 후에 옮겨야 한다.
신한은행은 서울 강남에 '신한 연금 라운지'를 열어 프라이빗 뱅커(PB) 출신 연금 전문가와 퇴직연금 전문 상담 직원이 연금 종합컨설팅, 주택연금 상담, 건강보험료 및 세무 상담, 노후 자산관리 등 연금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 PB센터지점에 연금 VIP 이용자를 위한 전문 대면 상담 채널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 분당'을 열었다.
신한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실물 이전 사전등록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사전 이벤트 참여자들은 앞으로 실물 이전 방법뿐만 아니라 적립금 투자에 유용한 정보와 절세혜택 등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삼성증권은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시행을 앞두고 'IRP 연금 이전 사전 예약'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삼성증권은 연금 컨설팅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삼성증권 연금센터를 운영 중이며, 연금 전문 상담 인력들이 연금 운용 및 세금 등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또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앞으로 2050년엔 1200조원(보험연구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이 나오면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연평균 성장률 15%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 중"이라며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비중이 높은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제도적인 개선 및 다양한 자산 배분 상품의 등장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은 "퇴직연금 사업자가 계열사 펀드를 중심으로 펀드를 추천해 가입자들의 이익에 상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성과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가입자들은 즉시 펀드를 옮길 것이므로 계열사의 판매에만 의존하는 운용사들의 펀드는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운용사들이 수익률과 비용 등을 중심으로 경쟁해야 투자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