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형 ISA 등장에 은행→증권사 갈아타기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은행권에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ISA는 고령화 시대 국민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6년 도입된 상품이다. ISA 통장 하나만 가지고도 예금과 적금, 파행결합증권(ELS),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으며 소득의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제공돼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통한다.
하지만 은행에서 ISA의 인기는 시들해지는 추세다. 수익률과 혜택 등에서 소비자를 끌어모으기엔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 거래까지 가능한 증권사 ISA가 등장하자 가입자 대부분 갈아타는 추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ISA 가입자 수는 564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481만7044명) 대비 82만8956명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 ISA 가입자 수는 101만9541명에서 91만1656명으로 10만7885명 감소했다.
은행 ISA 가입자 수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10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같은 해 12월 99만3562명으로 내려앉은 후 90만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권 전체 ISA 가입자가 증가하는 추세에도 은행 ISA 가입자는 되레 쪼그라든 모습이다.
은행권과 달리 증권사 ISA 가입자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8월 증권사 ISA 가입자는 473만4197명으로 1년 전(379만7285명)보다 91만1656명 불어났다.
투자금액도 은행이 증권사에 못 미쳤다. 8월말 기준 ISA 총 투자금액은 30조2722억원으로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은 13조9626억원, 증권사는 16조3096억원을 차지했다. 투자금액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은행이 증권사를 3조원가량 앞섰으나 올해 5월 처음으로 역전된 이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모습이다.
한때 ISA 시장은 은행권의 독무대였지만 2021년 2월 증권사의 투자중개형 ISA가 출시된 이후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역전되며 시장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은행권 ISA의 인기는 수익률과 혜택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쳐 시들해졌다.
은행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 두 종류로 나뉜다. 신탁형은 소비자 본인이 직접 자산운용을 하는 방식이고, 일임형은 금융회사에 자금과 운용 권한을 맡긴다. 신탁형은 가입자 본인이 운용하는 만큼 수수료가 일임형보다 낮아 가입자 상당수는 신탁형을 선택한다.
신탁형 ISA는 가입자들이 고위험‧고수익 투자 대신 안전을 선호한다. 실제 8월 기준 신탁형 ISA 운용자산 가운데 예·적금에 투자된 비중은 96.9%(13조4228억원)에 달한다. 예·적금 금리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은행권 ISA 전용 예금상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3%대 안팎이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보통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3.35~3.41%였다. 보통의 예·적금보다 ISA 예금에 돈을 맡겼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이 더 적은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 증권사 ISA는 투자 매력도가 더 커지는 반면 은행 ISA는 수익률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가입자를 끌어들일 만한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