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변화·리스크 관리 영향…"더 축소될 수 있어"
우수 기술 보유 중소기업 자금줄이 줄어들고 있다. 은행권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력·혁신성 등을 평가해 대출을 내주는 기술신용대출을 축소하고 있어서다.
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이 보유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누적 기준 304조3039억원으로 전년 동기(309조9660) 대비 1.8%(5조6621억원) 감소했다. 2년 전인 2022년 10월(341조7144억)과 비교하면 10.9%(37조4105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기술신용대출 취급 건수는 88만913건에서 74만1070건, 68만4384건으로 2년새 20만건 가까이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등에 기술력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기술금융 제도 일환이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일반적인 기업대출과는 달리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 여기에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대출한도를 높여줌으로써 자금조달을 돕는다.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와 신용이 부족해 일반 기업대출 이용이 어려운 창업 초기 기업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된다.
은행권은 2014년부터 기술신용대출을 공급해오고 있다. 2017년 3월 처음으로 잔액이 100조원을 돌파했고 2019년말 200조원, 2021년 300조원을 넘어섰다.
꾸준히 늘어오던 기술신용대출은 2022년을 기점으로 감소 반전해 점차 쪼그라드는 양상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오르면서 생긴 건전성 우려가 커지자 은행들이 이를 반영해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술신용대출 잔액 감소는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중심으로 이뤄졌다.
10월 5대 은행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62조205억원으로 1년 전(176조1085억원)보다 8.0%(14조88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술신용대출 점유율이 가장 높은 IBK기업은행은 103조5395억원에서 113조2421억원으로 잔액을 9.4%(9조7026억원) 늘렸다.
제도 변화도 기술신용대출 축소에 한몫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은행이 일반 병·의원, 소매업 등 비기술기업에 대해 기술평가를 의뢰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술신용평가의 품질심사평가 기준을 정량화하는 내용의 ‘기술금융 제도방안’을 시행했다.
이에 그동안 시중은행에서 기술신용대출 실적에 포함했던 닥터론과 비기술 기업대출이 빠져 기술신용 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술신용대출은 중소기업에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는 신용대출인 만큼 건전성과 자본비율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최근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인 만큼 시중은행에서는 기술신용대출이 더 축소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